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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사상 최대 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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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리막 앞에 서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이라 해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2분기 실적을 발표한 5일, 삼성전자 임원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매출 57조원, 영업이익 9조5000억원이라는 2분기 실적 잠정치를 발표했다. 지난해 2분기에 비해 매출은 19.75%, 영업이익은 47.06% 늘어났다. 올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8%, 8.2% 늘었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사상 처음으로 네 분기 연속 50조원대 매출 돌파라는 신기록을 세웠고 영업이익 9조원 시대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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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은 국내 시장에선 보조금 제재의 여파로 판매가 주춤했지만 해외 판매가 방패막이가 됐다. 해외 판매는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의 90%에 육박한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삼성전자의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을 1분기보다 7%가량 늘어난 7500만 대로 추정했다. 반도체 부문 역시 주력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오르며 순항했다. 삼성전자 주력 제품의 최근 가격은 1년 전보다 25~30% 올랐고, 제품 출하량도 10% 이상 늘었다. 반도체 제조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 20여 개 업체가 혼전을 펼쳤으나 지난해 하반기 3~4개 업체로 정리됐다. 생존한 업체들은 올 들어 제품 가격의 상승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 같은 실적에도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안성호 연구원은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의 66.9%에 달했던 IM부문의 영업이익 비중이 올 1분기에 63%, 2분기엔 60%대 초반까지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스마트폰 판매 호조로 누려온 삼성전자 성장세에 이상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애플과 함께 선발 주자 프리미엄을 누렸던 삼성전자가 중저가 제품을 양산하는 중국의 화웨이·HTC 같은 업체들에 추격을 허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은 삼성전자 실적에 실망감을 보였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5만원(-3.8%) 하락한 126만7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증권가는 당초 삼성전자의 2분기 이익이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엠투자증권 홍성호 연구원은 “9조5000억원은 예상치에 못 미치는 성적이어서 삼성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실적을 두고 뉴욕타임스는 5일(현지시간) “고가 스마트폰 시장 정체의 여파가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에까지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업계는 ‘포스트 스마트폰’의 등장에 주목하고 있다. IBK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눈동자 인식기술 등 새로운 이용환경(UX)들을 추가한 ‘갤럭시S4’가 투입한 마케팅 비용에 비해서는 판매가 부진했다”며 “스마트워치든 스마트 안경이든 스마트폰을 대체할 제품을 누가 먼저 내놓느냐에 따라 향후 모바일 기기 시장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혜경·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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