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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메이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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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나라의 문화수준을 알려면 종이의 소비량을 보면 된다고 흔히 말한다. 강철의 생산량이나 전력소비량이 척도가 된다는 말도 있다.
최근에 이르러는 탄수화물의 소비량이 문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손쉽게 알수 있는 방법은 역시 광고인둣하다.
1907년의 대한매일신보를 보면 미국인치과의의 개업광고가 있는가하면 『초성기』 (축음기) 안내광고도 실려있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신문광고는 출판사와 제약회사 그리고 영화사가 도맡고 있었다. 생산품광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랬던것이 요즘은 책광고가 시들해진 대신에 각종 기계제품과 월부판매 광고들이 판을 치게 되었다. 그만큼 우리나라도 공업화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까, 또는 소비문화가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하게된 때문이라고 할까.
현대문화는 소비문화라고도 하고 또 대중문화라고도 한다. 이들의 특징은 유행성에 있고, 대량생산된 소비상품을 보다 많은 대중층에게 보다 많이, 보다 빨리 팔아나가는데 있다.
이런 시대에 있어서는 인간의 감수성도 찰라적이 되며, 상품의 질보다도 그 유행성이 문제가 된다. 그래서 상품이 아니라, 「이미지」를 파는게 중요하게 된다.
거년에 일본의 한 부인잡지가 A「메이커」의 백원짜리「크림」과 B 「메이커」의 2천원짜리, 그리고 C「메이커」의 2천5백원짜리의 품질을 검사해 봤더니 별다른 차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폭로한 기사를 실은 일이 있었다. 가장 양심적이라는 정평이 있는 미국의『콘슈머·리포트』 지에서도 품질과 가격과는 전혀 관계가 없더라는 사실을 밝힌적이 있다.
이래서 소비문화가 고도화되어갈수록 「이미지· 메이커」로서의 광고산업도 거대화되지 않을수 밖에 없다. 그리고 업자들도 품질개량이상으로 광고선전에 신경을 쓰지 않을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67년도에 PR업자들이 다룬 광고선전비가 3천4백억원을 넘는다. 그래도 미국에 비기면 아무것도 아니다. 광고비도 생산 「코스트」속에 든다고보면 아무리 많이 써도 아깝지 않을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일각에서는 광고세라는 기발하기는 하나, 시대착오적인 신조어에 구미를 느낄만큼 광고의 시대가 도래한 느낌이 있다. 이런때에는 차라리 비양심적인 과잉선전이나 단속하는게 문화의 발달을 위해서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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