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거액 빼내고 미국 가게 됐다. | "이자 전표 찢어 없앴어야 했을 것을"넋두리 | 이대 입구에 5층 「빌딩」도 사들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농협 돈 2천여만원을 삼키고 버젓이 『미국에 유학하게 되었다…』며 사표를 냈던 간 큰 농협 직원이 경찰에 구속되었다.
31일 하오 서대문서에 구속된 전 농협중앙회 당좌 담당 계원 이기정(31·서울 마포구 염리동 23의 75)은 예수금 이자 지불 장의 허점을 이용한 대표적인 「케이스」.
지난 2월 농협 경북 지부에서 올라온 이는 대구에 두고 온 처 박복희 여인(29저)과 4살짜리 아들을 데려오고 싶었다.
집을 마련할 돈을 장만할 궁리를 하다가 공제 기금 이자를 빼낼 생각이 떠올랐다. 경북 지부 근무 때 감사원으로 있던 이는 예수금이자전표에 의해 이자가 지불되는 과정을 잘 알고 있었다.
통상 예금주가 이자를 찾을 경우 통장, 원장, 이자 전표가 필요하지만 담당 계원인 이에게는 당좌 담당 대리 도장만 있으면 가능했다.
이는 농협중앙회 당좌 담당 대리 정한경씨의 인장을 위조한 후 지난 3월 22일 농협 고액 거래자 김창훈씨 이름으로 예수금 이자 전표에 집 사는데 필요한 금액을 기입한 후 위조 도장을 찍고 별단계로 돌려 2백 57만 5천원을 보수로 받아 냈다. 이 돈으로 지금 살고 있는 염리동 집을 사고 처자를 불러 왔다.
맛을 들인 이는 지난 5윌 2일 5백만원, 8일에 5백 90만원, 14일에 6백 70만원 등 모두 2천 15만 7천 2백 76원을 빼낸 후 『미국에 유학 가게 됐다』면서 지난 5월 22일 사표를 내고 자취를 감췄다.
예수금 이자전표에 의해 보수로 지불된 이자는 당일 결산에선 나타나지 않고 반년만에 한번씩 있는 농협 종합 결산 때나 드러난다.
이는 편안한 마음으로 서대문 이대 입구에 있는 1천 7백만원짜리 5층「빌딩」(대호「빌딩」) 등을 사는 등 부동산을 사들인 후 전셋돈이나 받아 내 편안히 살 작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5월 28일 우연히 전표철을 정리하던 계산계 직원이 6백 70만원이 지불된 이자 전표가 없는 것이 드러나 꼬리가 잡혔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갑자기 그만 둔 이의 행방을 찾았으나 농협에 비치된 이의 주소록은 엉터리였다. 이의 사진을 복사, 사진 수배를 하다가 지난 29일 서대문 「로터리」를 지나는 이를 검거했다. 이는 범행을 순순히 자백하고 8백 44만원이 예금된 주택 금고 서대문 지점 발행 예금통장을 내놓았다.
서울에서 모 대학을 나온 후 해병대에 입대, 지난 59년 만기 제대한 후 농협에 들어간 지 11년째 되었다는 이는 『농협 서류 창고엔 직원이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빼돌린 이자 전표를 다시 찢어 버렸어야 할 것을 안 했다가 걸렸다』며 오히려 뻔뻔스럽게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