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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먹지 말랬지 … 학교 앞 간식 73%서 타르색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초등학교 앞 ‘그린푸드존’(학교로부터 직선거리 200m 안의 어린이 식품안전 보호구역)에서 판매하는 간식의 73%에 몸에 좋지 않은 타르 색소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타르 색소는 어린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유발하는 물질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4일 “수도권 30개 초등학교 앞 그린푸드존에 있는 문구점 등에서 사탕·과자 등 간식거리 100 종류를 검사한 결과 이 중 73개에서 타르 색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2010년부터 어린이가 선호하거나 자주 먹는 기호식품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적색 102호 색소가 인도네시아산 요산버블껌딸기향·볼라볼라과일향버블껌, 중국산 휘파람풍선껌 등 껌 세 종류에서 나왔다. 또 타르 색소는 두 가지 이상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증가하는데 전체의 53%가 타르 색소를 혼합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이 30개 제품에 대해 타르 색소 함량을 측정한 결과 4개 제품에서는 황색 5호·적색 201호 색소가 유럽연합(EU)의 허용 기준보다 최고 2.5배까지 나왔다. EU에서는 이 색소들을 허용치 이하로 사용할 경우에도 ‘어린이의 행동과 주의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문을 표시해야 한다. 소비자원은 “국내에는 타르 색소에 대한 명확한 규제 법규가 없어 단속이 어렵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껌을 많이 씹지만, 껌은 대통령령이 규정하는 어린이 기호식품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적색 102호를 사용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타르 색소 사용이 가능한 식품만 법으로 지정하고 EU나 캐나다·호주처럼 허용 함량을 별도로 규제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편 그린푸드존에서 판매하는 간식의 44.7%가 열량은 높고 영양은 낮아 어린이 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국내 전체 어린이 기호식품에서 고열량·저영양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1.3%다. 그린푸드존에서 건강에 나쁜 식품을 두 배 이상 많이 팔고 있는 셈이다. 또 그린푸드존에서 이런 식품을 팔지 않는 우수 업체는 전체의 4%에 불과한 데다 대부분 학교 안 매점이어서 그린푸드존의 의미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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