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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는 끝없이…|이강월여사 회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장이 철저했다지만 저에겐 너무나 무서운 악몽이었읍니다.』 자유의 탈을 쓴 붉은첩자 이수근에게 속아 결혼했던 이강월여사 (35)는 분함을 참지 못하는 듯 말끝을 맺기전에 울음을 터뜨렸다.
지난 4개윌동안 이여사는 눈만 뜨면 고민에 빠지고 고민하다 지쳐서 잠이 드는 번뇌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만에 하나라도 그가 간첩이었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길 바랐지만, 이제 모든 것이 밝혀진 이상 내 갈길을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단다.
이여사가 이수근을 상대로 「위자료청구조정신청」을 내려고 마음 먹은 것은 지난 5월10일 이수근에게 사행이 선고되던 날이었다.
『그놈이 살아있을 동안에 누가뭐래도 내가 찾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찾고 내 갈길을 택해야하기 때문』에 조급히 서둘렀다고 했다.
『한때나마 부부로 살아왔지만 그가 처음부터 애정의 바탕위에서 결혼을 한것이 아니고 위장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밝혀진 이상 남는 것은 이제 증오뿐입니다』 이여사는 초췌해진 얼굴에 노기를 띠며 말했다.
미아동에 있는 이수근의 집에서 20일밤 기자와 만난 이여사는 『그동안 이 분함이 좀 사그라질까하여 학교(우석대학교)에 나가 강의와 연구에 전념해 보았지만 잊혀지지 않는다』 고 했다.
이수근이 잡혀온 1월30일 한가닥 『혹시나…』하던 꿈마저 깨지자 이여사는 결혼식때 받은 예물, 결혼사진을 모조리 태웠다고 한다.
이수근은 결혼 초기부터 무식하고 오만한 인간이는 것을 느꼈지만 한번라 결혼에 실패한 이여사는 이번에는 꼭 행복하게 살아봐야겠다는 마음에서 꾹 참았다는 것.
지난해 9윌24일 결혼한 뒤 이여사는 매일아침 8시30분까지 학교에 나가 저녁 9시에야 돌아와 사실 이와 함께 있은 시간이 그리많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이수근이 간첩이다』라는 소문이 떠돌때도 이여사는 『북괴에서 이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서 퍼뜨리는 소문일 것』으로 단정하고 말았다고 했다.
이여사는 『내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여성 가운데 누군가 한사람이 당할 일』이었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힘차게 사는 길만이 내가 가야할 길로 안다고 말했다.
이제 생각해보니 『혼인신고를 하지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고 말하는 이여사에게는 이수근이 간첩이었다는 것이 밝혀진 뒤에 각처에서 그래도 한 여인의 불행을 위로하는 편지가 매일 30통 가량 들어와 조금이나마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수근재산 가압유신청|이강월여사>
위장간첩 이수근에게 속아 결혼했던 이강월여사가 21일 「사실혼관계해소 및 위자료조정신청」에 뒤이어 이의 재산가압류신청을 법원에 냈다. 가압류대상은 이의 이름으로 예금된 4백70만원과 미아동에 있는 2층 양옥1동.
이의 재산은 서울성북구 미아동 233의 3에 있는 건평 22평, 대지68평의 2층 양옥1동(싯가 4백50만원)과 이가 위장탈출한 뒤 원호처에서 받은 1급 귀순자대우 원호정착금 1백만원, 사회각계에서 받은 귀순환영 정착금 중 은행에 예치되어 있는 3백70만원 등 모두 9백20여만원이다.
서울지검 공안부 최대현부장검사는 21일 이의 재산이 이미 국가에 귀속되었기 때문에 위자료조정신청을 내도 실효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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