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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일가+전문경영인 … CJ 5인 집단체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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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이재현 회장이 전격 구속되면서 창립 60년 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CJ그룹의 서울 남산 본사 앞에 빨간 신호등이 켜져 있다. CJ그룹은 2일 이 회장의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룹경영위원회를 발족하고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중앙포토]

CJ그룹이 2일 그룹경영위원회를 발족하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이재현(53) 회장이 구속된 지 하루 만에 전광석화처럼 위기 관리 플랜을 내놓은 것이다. 이 회장의 부재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고 ‘선장 없는 CJ호’에 대한 안팎의 경영 차질 우려를 방지해 그룹과 임직원들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CJ그룹은 앞으로 오너가와 전문경영인 등으로 구성된 경영위원회가 주요 경영 사안을 결정하는 한편 계열사별로 책임경영제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룹 총수가 재판 등으로 자리를 비운 SK·한화 등이 전문경영인을 전면에 내세운 것과는 달리 비상경영체제를 오너일가와 전문경영인이 함께 꾸린 것이 주목된다. 경영의 전문성과 함께 책임 경영까지 충족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올해 영입 이채욱 부회장 역할 관심

 CJ그룹은 이날 “이 회장의 구속에 따른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룹의 주요 의사를 결정할 그룹경영위원회를 발족한다”고 밝혔다. 그룹경영위원회는 손경식(74) 회장을 위원장으로 이미경(55) 부회장, 이채욱(67) CJ대한통운 부회장, 이관훈(58) CJ㈜ 사장, 김철하(61) CJ제일제당 사장 등 5명으로 구성됐다. 손경식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8년 만에 그룹의 최대 위기 상황에서 현직에 복귀하게 됐다. 손 회장은 이 회장의 외삼촌으로 현재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룹 안팎에선 “CJ의 비상경영을 책임지는 사실상의 수장직을 맡게 됐지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겸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한다.

 이 회장의 누나인 이 부회장은 그동안 CJ E&M을 중심으로 문화·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진두지휘해 왔지만 앞으로 그룹 전반에 대해 오너가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채욱 부회장은 GE아시아 성장시장 사장과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역임했으며 올해 4월 전격 CJ대한통운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됐다. 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글로벌 사업 경험이 많은 만큼 CJ그룹 전반의 해외진출 과정에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월 첫째·셋째 수요일 정기회의

 이관훈 사장이나 김철하 사장은 CJ그룹 내 주요 계열사를 거치며 경영 성과가 검증돼 온 만큼 그룹 내 주요 현안과 사업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전문경영인으로 꼽힌다.

 CJ그룹은 2007년부터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뒤 제일제당이나 푸드빌 같은 계열사들은 전문경영인 중심의 독립경영체제를 구축해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회장은 그동안 매주 수요일 주요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며 해외진출이나 대형 인수합병 같은 그룹 내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했다.

 이번에 출범한 경영위원회는 이 회장을 대신해 매월 첫째·셋째주 수요일 정기회의를 열고 그룹 내 주요 사안을 결정하게 된다. CJ그룹 관계자는 “우선은 경영의 안정과 중장기발전전략, 신뢰성 향상 방안, 사회기여도 제고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영 공백 최소화, 소임 다하자”

 경영위원회는 조직을 추스른 뒤에는 이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으며 잠정 중단됐던 해외 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CJ는 현재 제일제당이 사료첨가제 라이신의 글로벌 1위 생산력 확보를 위해 진행하던 중국 업체와의 인수 협상이 중단돼 있다. 또 대한통운이 1조원대에 달하는 글로벌 물류업체를 인수합병하는 방안을 타진 중인 상황이다. 이 밖에 프레시웨이의 미국과 베트남의 현지 유통망 인수나 제일제당의 사료사업 등도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그룹경영위원회가 발족된 직후 CJ그룹은 이 회장 구속의 여파로 위축된 조직 추스르기부터 서두르고 있다. 이관훈 사장은 이날 임직원을 대상으로 “연초에 세운 경영계획을 철저히 실행해 기필코 목표달성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는 “그룹경영위원회를 통해 경영상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현재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J그룹 관계자는 “임직원들이 사용하는 사내 인트라넷에도 ‘CJ의 저력을 보여줄 때’ ‘각자 위치에서 흔들리지 말고 각자 소임을 다하자’는 글이 올라오는 등 직원들 스스로 근무기강을 다잡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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