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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보다 「명분」|환은법 개정안 여야 절충의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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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제69회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30일 하오 늦게 국회본회의에서 통과된 외환은행법 개정법안을 둘러싼 여야협상은 그 과정에서 당초의 개정법의 내용 그 자체에 대한 본질 문제보다는 절차의 정당성 여부로 시비가 있은, 말하자면 정치적 명분론에 역점이 주어졌던 것같다.
각종 중요 안건처리 때마다 으례 그랬듯이 이번에도 정부가 제안한 외환은행법 개정법안은 회기말을 4일 앞둔 지난 26일에야 재경위에 상정되었으며 공화당은 당일로 이를 처리, 본회의에 올릴 계획이어서 그 중요성으로 봐 매우 성급한 느낌을 주었던 것.
신민당은 ⓛ외환은행 자븐금 1백원억을 한은 발권력으로 2백억원을 늘려 3백억원으로 증액하는 것은 특수 무자본 법인인 한은이 영리법인에 출자하는 것으로 한은법 위반이며 ②「인플레」요인이 된다고 주장, 개정에 반대했으며 증자와 이에 따른 지급보증한도를 둘러싼 외자도입 정책의 불합리성 시정책으로 외자도입법과 외환관리법을 개정해서 외환보급계획을 국회동의 사항으로 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이같은 신민당의 주장과 요구를 묵살하고 28일 밤 재경위에서 야당의 발언권을 봉쇄하고 날치기로 통과시켰고 뒤이어 법사위에서 기습 통파시켜 야당을 크게 자극시킨 것이다.
이에 여야는 29일 상오부터 밤11시20분까지 세차례의 총무회담과 30일 상오 8시반부터 본회의개회 시간을 하오로 미루면서까지 두차례등 모두 다섯차례의 절충을 시도한 끝에 ①자본금 증액분 2백억원 중 1백억원만 한은투자로 하고 나머지 1백억원은 정부 재정자금의 출자로 하며 ②개정안의 보습한도 규제를 삭제, 현행의 여신한도 규제를 그대로 두고 ③외자도입법과 외환관리법 개정 소위를 재경위에 구성, 다음 회기초 개정안을 제출토록하고 ④기간산업과 대규모 정책사업은 국회동의를 얻어야 하며 외환수급 계획은 사전에 연구 검토해야한다는 4개 항에 합의, 가까스로 격돌을 면했다.
30일의 총무회담 합의사항을 추인하기 위한 신민당의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은 ①당초의 개정 반대 주장이 후퇴, 2백억원 증액을 어떤 형식으로든지 합의한 것과 ②외환수급게획의 국회 동의요구를「사전 검토」로 대폭 양보한 점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실력으로저지할 것을 주장함으로써 의원총회는 강·온으로 나뉘어 2시간에 걸쳐 격론을 벌였다.
그러나 유진오 총재가 중재에 나서『이 기회에 공화당의 날치기 버릇을 고쳐놔야 한다』고 주장하면서『재경위와 법사위 통과를 무효화해서 재심케하여 국회운영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국민에게 명분이 서는 일』이라고『절차의 하자』를 시정시킬 것을 제의, 부총재단과총무단의 호흥을 얻어 의원총회는 일부 강경의원들의 불만을 안은 채 유총재의『명분론』을채택했다.<박석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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