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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년의 허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회의를 하거나 만날 약속을 하였을때 약속정각에 들어서는 사람이 10명에 한사람도 어려운 것 같다. 10분이 아니라 20분, 30분쯤의 에누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일은 무식한 사람부터 최고「인텔리」에 이르기까지, 자가용족에서「버스」족 이르기까지 매한가지인 것 같다.
전자시대·우주시대답게 숫자에 밝으면서 자기가 지켜야 할 시간이나 질서지키기에 무관심하여 상대방의 일까지 뒤틀리게 하는 사실을 염두에도 두지않고 지내는 우둔함이 초예민형의 현대인에게 공존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민주주의란 결국 약속을 지키는 일일 것이다. 인간끼리 공약한 언약과 그것이 사회화한 질서를 지키는 일인줄 아는데, 이처럼 사소한 약속이 안지켜지고 큰일이 지켜진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시간을 지키지 않는 몇사람 때문에 회의진행이 지연되고 그러므로 그위에 약속된 안은 물론, 심리적으로도 뒤틀리게끔 악작용을 한다. 그러니까 이유야 어떻든 시간 안지키는 사람으로 해서의 손해는 안지킨 본인보다는 상대편에 더 크고 나아가서는 국가적이 되겠다.
언젠가 어떤 회의에서 성원이 안되어 기다리고 앉았다가 문득 이런 계산을 하여 보았다.
우리국민이 생산에 종사할 수 있는 20세∼59세까지의 성인인구11,434,000명(1964년말 경제기획원통계) 중 그 반수를 5,715,000명으로 치고 이 반수가 하루한번 10분씩 취업시간 또는 약속시간을 어긴다고 하면 그 10분이 모인 것이 총5천7백15만분이 되는데, 이를 시간으로 따지면 95만2천5백시간이 되고, 날로 따져 3만9천6백87일이 되고, 햇수로 따져 108년이 된다.
이 시간을 인원으로 바꾸어 본다. 하루8시간 노동을 분으로 따져 4백80분이 되고 그것을 5천7백15만분으로 나누면 11만9천62명의 인원수기 계산된다. 이것을 약속 잘지키는 나라와 비교할때 우리나라는 108년을 이유없이 허송하는 셈이되고 그만큼 뒤떨어지는 폭이된다. 그리고 상기한 막대한 공간·인원이 국가건설에 쓰여질때 그 성과가 얼마나 클까(?)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약속이 안지켜지므로 일어나는 손해는 상기한 공간·물질면만이 아니라 정신적·심리적 갈등으로 인화에「마이너스」가 되는 일은 숫자이상으로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자기시간이 아까우면 남의 시간을 아껴줄줄 아는 배려가 곧 민주주의수호자요 애국자요 신사·숙녀가 아닐까 싶다.
정충량 <이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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