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의 흰 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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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계에서 제일 풍족한 생활을하는 공직자는 아마도 미국의 대통령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닉슨」대통령의 연봉온 「존슨」때보다 껑충 올라서 20만불이 됐지만 세금을 배면 8만7천불밖에 안된다. 그러나 어느 개인이 미대통령 정도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려면 3천5백만불에 가까운 연간수입이 있어야 한다고 추산되고 있다.
백악관만 하더라도 만일에 그것을 판다면 1억2천5백만불의 값이 될것으로 보고있다.
백악관 전용비행기들의 값을 따진다면 약3천만불이 된다. 이린 것 저런것, 다 합쳐, 미국의 대통령이 쓸수있는 돈과 그가 쓸수있는 물건들의 값을 모두 합치면 1억6천4백만불이 넘는다고들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새대통령이 전임대통령으로부터 물려받은 가장 귀중한 것은 이러한 금전적 처우가 아니라 따로있다 할 것이다.
바로『흰상자】가 그것이다.
이 상자는 별로 크지도 않고 값진 물건이 들어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중요하고 힘든 공직인지를 상징하고 있는 상자인 것이다.
흰 상자속에는 수10개의 「버튼」이 들어있다. 그것들은 대통령의 중요 보좌관, 각각료, 통합참모본부 그리고 백악관의 지하에 있는 정보실들과 대통령과를, 연락시켜 준다.
이를테면 미국정부의 중추신경부가 바로 이 흰 상자인 것이다. 이 「버튼」을 통해서 미국의 대통령은 세계의 구석 구석에서 시시각각으로 움직이고 있는 긴박한 사태에 대한 정세를 수시로 청취하고 자문을 받는다.
흰상자가 있는 한은 미 대통령은 마음이 든든할 것이다. 그러나 최정결정자는 역시 대통령 한 개인이다.
텅빈 큰 방안에서 조그마한 흰상자를 앞에 놓고 앉아 있는 미국의 대통령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모습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보다 더 외롭고도 무력하게 느껴지는 것은, 흰 상자를 통해서 미국의 대통령이어느 결정을 내릴 때까지를 초소하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북괴에 의한 미정찰기 격추사건이 있은 후 동해상은 날로 어지러워만 가고있다. 언제 무슨 사태가 벌어질 것인지 도리어 한국민은 아무도 예측을 못하고 있다. 이런 때 우리가 그흰 상자에만 의존하고 있어야만 한다면 그처럼 안타까운 일은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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