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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의사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사가들은 근대민주주의의 역사적인 원천을 다음과 같은 세가지로 보는게 상식처럼 돼있다.
첫재 영국의 의회주의, 둘째 「프랑스」혁명, 그리고 세째 산업혁명.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이 영국의 의회주의의 발달이다. 그러니까 영국의 의사당은 근대 민주주의의 상징적인 건축물이나 다름없다.
「런던」의 「웨스트민스터」에 자리잡은 영국의 의사당은 이제는 유명한 「빅·벤」시계탑만이 쓸만한 정도로 낡아빠진 건물이다. 그나마 그「빅·벤」도 제대로 시간이 맞는 적이 적다고 한다. 그러나 영국민이 가장 아끼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건축물이 바로 이 의사당이다.
최근에 여의도에 세워질 신축 국회의사당의 설계도를 에워싸고 의원들사이에 새로운 의견대립이 벌어지고 있다한다.
한편에서는 『고전미』에 넘치는 것이라야 한다고 우기면, 또 한편에서는 초현대적인 건축미를 갖춘 것이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가하면 『고전미』와 현대감각을 아울러 갖춘것으로 하자는 절충안을 내세우는 의원들도 있다.
국회의원이란 일종의 정치의 전문가라고 봐야한다. 그래야 그들에게 정치를 맡긴 국민이안심을 할수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건축의 전문가가 될수는 없는 일이다.
『고전미』처럼 막연한 말도 없다. 절충론을 따르다간 혹은 갓쓰고 양복입은 꼴이 되지않을까 두려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못 마땅한 문젯점은 따로 있다.
국회의사당은 우리네 민주주의의 상징이 될 건물이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라 내일의 세대를 위한 역사적인 전당이 된다. 그것은 유구한 역사를 배경으로한 온 국민을 위한 건물이어야한다.
따라서 그 설계에는 온 국민의 문화적 예지와 꿈이 담겨지도록 해야 할 것은 물론이다. 의사당의 참다운 주인은 언제나 국민이어야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란 이를테면 4년이란 기한부로 의사당에 입주해온 전세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임시 사용자들의 의사에 의해서만 의사당이 설계되어 간다는 것은 도시 이해가 가지 않는 얘기다.
자칫하다가는 「히틀러」시대에 이른바 「제3제국」양식이 유행하던 것처럼 해괴망측한 의사당이 세워지지나 않을까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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