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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검토돼야할 교과서행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정과 검·인정할것 없이 우리나라 초·중등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각종 교과용 도서에 사실의 오기, 철자법의 잘못, 삽화의 부적절, 시대변천추세로부터의 낙후등 많은 사손이 있다하여 때때로 큰 물의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최근 문교당국이 우리나마 각급학교 교과서등에 나타난 이와 같은 사손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시정하고, 세계의 여러 개발도상국가중에서도 가장 급진적인 사회변화과정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의 시대적 요청을 적기에 교과서에 반영할 수 있도록, 종래 10년으로 돼있던 각종 교과서등의 정기적 개편주기를 5년으로 단축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힌 것은 매우 주목되는 바라 하겠다.
그러나 1949년 12월 30일의 교육법제정공포이래 20년동안 우리나라 교과재행정이 걸어온 발자취를 돌이켜 볼 때 우리나라 각급학교 교과서가 전기한 바와 같은 낙후성을 면치 못했던 것은 그 허물을 단순히 교과서개편의 주기에만 돌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교육법은 그 시행후 68년말까지에만도 무려 14회에 걸친 개정을 겪었던 것이지만, 이중에는 학제의 전면적인 개편과 교과과정의 개편, 수차의 혁명등 교과서의 전면적인 개편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던 사태발생만도 5회이상이나 되었던 만큼 우리나라 교과서들의 사손이나 낙후성이 반드시 그 개편주기 때문만이 아니었음은 자명한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교과서가 담고 있는 전기한 바와 같은 허물은 단적으로 말해서 교과 과정설정에 있어서의 이념 정립부족과, 그 편찬과정에 있어서의 소홀 등에서 유래된 것이라 봄이 옳을 것이다.
첫째, 각급학교 교과과정의 설정과정에 있어 이념정립이 부족했다는 것은 우리나라 각급학교교과서의 편찬자들이 그동안 교육법이 규정한 교육의 기본목적을 투철하게 파악치 못했거나, 때로는 그것을 등안시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있다. 최근에 제정반포된 국민교육헌장은 종래 우리나라 교육관계 인사들이 교육의 기본목적이나 이념정립에 있어 미연한 점이 있었음을 자각하게된 반증이라고도 하겠으나, 그보다는 각급 교과과정의 전개에 있어 여러 정치적 이유를 근거로 하여 특정사실에 대한 견강부회와 성급한 윤색화 경향 등이 농후했던 것은 과거 우리 교과서행정에 있어서의 치명적 과오의 근원이었음을 솔직히 인정해야 할 것으로 안다.
둘째, 초·중등학교만하더라도 국정과 검·인정을 합하면 무려 6백80종에 달하는 광범한 영역을 망라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의 교과서 행정이요, 더군다나 일취월장하는 과학기술발전의 추세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도저히 종래와 같이 문교부의 몇몇 편수관들이나 또는 교과용도서 저작권·인정위원들만을 가지고 완전무결한 교과서를 만들어 낼 수 없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우리의 교과서도 이제는 선진제국과 같이 국정을 폐지하고 완전한 자유경쟁에 의한 저작자들의 은축과 그 개별책임하의 역량발휘를 권장하여야할 시점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고 생각되는 것이다. 문교행정이, 편수관과 장학관을 동일한 직종으로 하여 추진되는 교과중심 장학행정으로 이행됨과 아울러 국내학자들의 창의와 열성을 적극 유도하는 방향으로 우리나라 교과서행정이 전환되어야 할 것으로 우리는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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