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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세차장 밤새 소음 "잠 좀 잡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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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달 27일 오전 1시쯤 서울 성동구의 한 셀프세차장에서 운전자들이 세차를 하고 있다. 셀프세차장은 관리자 없이 24시간 운영이 가능해 인근 주민의 새로운 소음 민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권철암 기자]

서울 송파구에 사는 박모(49)씨는 요즘 자주 잠을 설친다. 박씨의 여름밤을 괴롭히는 주범은 집 근처에 있는 셀프세차장이다. 진공청소기가 굉음을 내고, 바닥 진동까지 느껴지는 매트 건조기가 가동될 때면 신경이 머리끝까지 곧추선다. 그는 “낮에는 물론 한밤중에도 세차기 때문에 편히 잠을 잘 때가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최모(34)씨는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도 창문을 꼭 닫고 잠을 청한다. 새벽 2시 넘어서까지 불야성인 ‘24시간 셀프세차장’의 소음 때문이다. 세차장을 이용하는 일부 운전자가 음악까지 틀어놓을 때면 욕설이 절로 나온다. 업주에게 “왜 한밤중에도 영업을 하느냐”고 따져도 봤다. 하지만 “규정을 어긴 것이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최씨는 “ 방음시설 설치 의무화, 영업시간 규제 등의 조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주택가 곳곳에 셀프세차장이 들어서면서 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늘어나고 있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시내에서 영업 중인 세차장 1717곳 중 200여 곳은 셀프 업체다. 특히 여름철엔 낮의 무더위를 피하려는 야간 세차족들로 더 붐빈다. 하지만 이런 세차장 때문에 지난해 여름(6~9월) 서울시에 들어온 소음 민원만 40여 건에 달한다. 각 구청에 직접 들어온 민원이 같은 기간 최소 1~2건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여름 서울에서만 100여 건의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추산된다. 성동구청 환경과 관계자는 "낮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야간세차 관련 민원이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셀프세차장은 시간 규제 없이 밤새 영업을 하고 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76조)은 1~3종 일반주거지역과 준주거지역 중 1종(저층주택 중심 지역)의 경우에만 세차장 설치를 불허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1종 일반주거지역이 전체 용도 지구의 10% 정도에 그친다. 1종 일반주거지역 외에서는 폐수처리시설만 갖추면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대부분의 지역에서 세차장 설치가 가능한 셈이다.

 현재 셀프세차장의 영업을 가장 현실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것은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별 실효성이 없다. 이 규칙은 주거지역 소음 단속 기준을 시간대별로 4단계(45~55dB)로 나눠 단속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45dB은 일반적으로 냉장고의 소음 수준에 해당된다. 지자체는 피해지역에서 5분 이상 소음 측정 후 기준치를 넘겼을 때 과태료 부과 등을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송파구 환경과 김미옥 팀장은 “야간에 띄엄띄엄 나타나 운전자들이 세차 기기를 3분 정도 사용하기 때문에 단속 규정 적용이 어렵다” 고 말했다. 서울시 생활환경과 장영상 주무관은 “민원인은 시설 폐쇄를 희망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수용할 만한 근거가 없 다”며 “근본적 해결을 위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철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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