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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의 선택과 한국방위력강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해군정찰기 EC 121기의 피추사건에 대해 미국의 태도가 궁금했다.「닉슨」미국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마침내 미국정부의 태도를 정식으로 밝혔다. 사건발생 후 만 3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긴급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사건에 대해 명백한 태도를 유보하여온 것 자체가 미국의 온건한 태도를 뒷받침하는 것이었지만 「닉슨」대통령의 언명은 우리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닉슨」 대통령의 언명을 볼 때 무엇보다도 미국은 보복보다 자제를 선택했음을 알 수 있다. 이와갈은 선택을 사건발생후 3일씩이나 끌면서 발표했다는것은 사건발생 직후 적지않게 격노했던 강경론을 약간 냉각시기기위한 대내적인 무마책도 숨어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닉슨」행정부는 각가지 선
택안중 신중한 검토와 타산속에 부득불 자제할 수 밖에 없었다고 보겠다. 그러나 이와 같은 미국의 자제에 대하여 우리는 북괴가 그것을 다시금 역이용하여 계속 도발을 일삼을 것이 명백하다는것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도발에 대해 상응한 조치를 취함으로써만 도발을 억지할수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미국의 태도는 너무나 미온적인 것이라고 볼수밖에 없다.
다음, 이번 EC121기의 피추사건과 더불어 미국이 중점적으로 토의한 것은 항공정찰을 계속할 것인가, 아닌가에 있었던 것 같다. 「푸에블로」호사건이후 미국은 국내의 말썽 때문에 해상정찰을 중지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과 더불어 벌써부터 미국회일부에서는 항공정찰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으며, 항공정찰의 계속 여부는 매우 주목을 끌었다.
「닉슨」대통령은 보호조치를 강구하면서 동해상공을 계속 정찰할 것을 명백히 했다. 미국내 일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닉슨」대통령이 이와같이 결정한 것은 불행중 다행한 일이다. 미국의 대북괴정찰은 우리의 국방과 연관해서 절실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정찰의 목적은 주로 적의 「례이다」의 소재, 유효범위, 주파수, 무선통신분석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러한 것이 북괴의 전면도발에 대비해서 얼마나 중요한것인가는 새로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정찰시에 보호조치를 강구한다는 것은 유사시의 보복을 시사하는 것으로 북괴도발에 대한 그와같은 제동조치는 벌써부터 실천됐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보호조치 또는 보복태세의 확립에는 주한 미군기지의 강화는 물론 한국의 방위강화가 아울려 강구되어야 한다는 것올 강조하지 않을수 없다.
해상정찰을 계속하든, 항공정찰을 계속하든, 그 보호조치를 철저히 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방위강화라는 것이 불가결의 선행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 1ㆍ23「푸에블로」호 납북사건후 미국의 대한지원 및 협조는 강화되었다. 그러나 이번 EC121기의 피추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다시금 미국의 대한지원 또는 협조가 더욱 강화되기를 희구하지 않을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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