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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대에 놓인 「항명」|박총재의 엄명과 공화당의 앞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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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1면

권문교해임안 국회가결로 빚어진 공화당의 항명사태는 항명자원들에대한 박정희총재의 징계지시로 「숙당선풍」을 몰고왔다.
박총재는 이번 항명을 당지도체제에대한 정면도전행위로 보고 주동자전원을 징계대상으로 삼고있어 공화당창당이래 가장큰 숙청파동이되는 셈이다.
박총재는 이날 총재상의역·당무위원·국회상임위원장·시도지부위원장등 42명을 청와대에불러 50분간 강경한 유시를 했다.
박대통령은 특정의원을 가리키면서 야당과 야합하여 조직적으로 반발한 근거를 밝히라고 추궁하기까지 했다는 이야기다.
이날 공화당확대간부회의는 「협의」아닌 일방적「질책」으로 시종된것이다.
권문구해임안가결에 동조한 40명내외나 되는 공화당의원의 행위는 바로 당총재로서의 영도력과 권위에대한 반역으로 간주되었음이 분명하다.
박대통령은 이날 『내임기가 얼마남지 않았다고해서 나를 욕보이는것이냐』면서 앞으로도 『배신자나 해당분자는 철저히 제거하겠다』고 말했다는것이다.
이번 항명파동은 공화당의원들의 권문교에대한 사감, 선거공약사업의 부진, 행정부의 일반적인 국회경시태도 일부당간부에 대한 반발등이 집결되었던 결과라고 분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박대통령은 국회의원들이 장관에대한 사감과 국정을 혼돈했다고 단정했으며 공화당의원의 선거공약사업도 약5천건가운데 40%가량이 진척돼 역대 어느정권보다도 충실한 공약사업이행을 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평하는 것은 이유없는 반발이라고 보았다.
박대통령은 정부에대한 청탁도 야당의원들에비해 공화당의원들의 청탁이 훨씬 많이 처리되고있음을 지적했다는 이야기다.
공화당당기위는 박대통령의 지시대로 앞으로 1주일내에 제명등 징계를 끝낼 예정으로 이미 항명의원의 조사색출에 착수했다.
징계대상자가 얼마나 될것인가는 명백치않지만 박대통령이 지적한 『수십명이라도』라는 범위는 훨씬 축소될것으로 보인다. 제명까지갈 사람은 많아야 5, 6, 그렇지않을 경우 2, 3명 정도에서 단락이 지어질것같다.
길재호공화당정무총장은 10일 『야당과 미리 모의를 했다든지 가결투표를 종용했다든지 하는등의 조직적인 항명의 주동자는 많은 숫자는 아닐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박대통령은 권문구를 물러앉히게된 사실보다 『충분히 사전에 토의하여 일단 당론이 정해지면 거기에 따라야함에도 불구하고』음성적으로 조직적인 반발을 했다는 것은 용서할수없는 『배신』이라고 생각했다.
윤치영당의장서리는 10일하오 『몇몇의원이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였다는 근거를 갖고있다』면서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원 의원내활동을 제약하려는 것이아니라 사전모의여부를 조사해서 처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박대통령의 지시를 부연 설명했다.
어쨌든 조직적으로 반발했느냐의 여부를 가려내기는 쉽지않을 것같으며 따라서 징계의 방향은 길총장이 지적한대로 『공화당으로서 머리가 굳어 평소에 융화될수없는 사람들』로 압축될 가능성이 크다.
박총재는 『총재직을 내놓는한이 있더라』도 엄단을 실현하겠다고 했으나 많은사람들은 그런 사태까지 가지는 않으리라고본다. 박대통령의 그말은 단지 징계의 강도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하고있다.
김진만전총무나 김재구신임총무등은 박대통령에게 징계범위를 좁힐것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대통령의 강경한 지시가 백지로 돌려질 가능성은 전혀 없기때문에 어차피 수술은 가해지게되는데 이수술의 후유증이 어떻게 남느냐가 문제다.
제명이나 그밖의 징계를 받은 사람들이 반발을 격화시켜 반여당세력으로 독자적인 노선을 택하리라는 짐작은 쉽사리 가지않지만, 이번 숙당파동으로 당지도체제가 강화되는반면 소속의원이나 징계되는 의원들이 얼마간 위축될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당간부진의 개편도 예상보다는 앞당겨져 범위가 넓어질것으로 보인다. 국회상임위원장급이 제명되면 상위장직의 경질도 문제되며 당무위원의 개편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심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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