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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항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올 봄에도 또다시 군항제를 맞게 되는가 보다. 해마다 봄이 오면 찾아오는 행사다. 많은 사람들이 벚꽃을 즐기려고 찾아들면 더욱 외로움을 느낀다.
작년 군항제 때의 일이다. 이때가 되면 부대는 상춘객을 위해 완전 개방이다. 난 그때 가장 행사가 많이 열리고 벚꽃이 만개했을 때 부대 안내병으로 차출됐다.
찾아오는 분들을 위해 부대 안내에 바쁜 때였다. 그때 대학동창인 친구를 만났다. 군대생활 20개월에 처음 찾아주는 친구였다. 친구는 자기와 동행한 여자친구를 소개했다. 인사를 나눈 뒤 조용한 정원을 찾아 오랜만에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러나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다. 다음 분들의 안내를 위해서 나는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행복감에 젖어 쌍쌍이 봄을 마음껏 즐기는 군중들 속에서 나는 진해앞바다 작은 섬 너머로 눈을 돌리곤 했었다.
금년에도 군항제는 며칠 후면 시작된다. 작년과 같이 무심한 친구라도 찾아 줄 것을 기대해 본다. 군대생활의 마지막인 금년 군항제는 외로움 없이 꽃을 분을 위해 안내해야겠다. 조용히 취침나팔소리에 잠을 청해 본다. 꽃구름 속에 행복한 꽃손님을 즐거이 안내하는 내가 보인다. <김성중·병장·경남 진해시 육군대학 관리참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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