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자 결혼 권리 획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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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성전환자가 유럽인권법원에 자신을 여성으로 인정해 줄 것과 영국법으로 결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를 거뒀다.

전직 버스 운전기사인 크리스틴 굿윈(64)은 1984년부터 여자로써 살아오다가 지난 1990년 영구 성전환수술을 받은 바 있다.

프랑스 스타라스부르의 판사들은 영국 정부가 그녀의 새로운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아 유럽인권협약이 보장하는 사생활 존중과 결혼에 관한 권리를 침해했다고 만장일치로 판결했다.

굿윈은 소송 관련 비용조로 4천6백85 파운드(미화 약 2만2천600 달러)의 배상금을 받았다.

그녀는 지난 1968년 이래 최초로 영국에서 출생기록을 여성으로 바꿀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된다.

1968년, 영국 대법원은 과거 6명에게 적용됐던 판결을 뒤엎고 이후로는 출생기록을 절대 변경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긍정적 효과' 기대

성전환자들은 자동차 운전 면허증과 여권, 의료보험증에 기재된 자신의 성별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굿윈은 법적으로는 자신의 성별이 남성으로 돼있기 때문에 사회보장 기여금을 모두 납부했음에도 불구하고 60세에 정년 퇴직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녀는 같은 이유로 1990년대 초반 직장 상사들로부터 당한 성추행에 대해 적절한 법정 대응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굿윈의 변호 업무를 맡은 로빈 루이스는 영국 PA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법원은 영국 정부의 입장이 인간 존엄성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21세기적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성전환자 및 가족들의 협력 모임인 뷰몬트 소사이어티의 자넷 스캇 회장은 "이번 판결은 많은 성전환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우리들은 앞으로 확실한 사회적 인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 2000년 4월 이후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계속해서 시일을 끌어오고 있었다. 크리스틴 굿윈은 우리들의 성 정체성 인정을 위한 기나긴 싸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LONDON, England (CNN)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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