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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문주간에 돌아본「자주」수호의 기수들|서재필 박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5일부터 제13회 신문주간이 시작된다. 「신문의 자주」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신문주간을 맞아 우리나라 신문발달사상 불멸의 공적을 남긴「언론의 별」들을 추모함도 의의가 있다. 금·권력에 용감히 저항하고 형극의 길을 헤치며 언론의 자유를 수호한 전위기수들‥··. 시대의 개척자로서 민중의 계도자로서 생명을 내건 충실한 보도자로서의 그들의 면모는 어떠했는가-.
우리나라의 최초의 현대판 신문인「독립신문」을 창간(1896년)하신 분으로 오늘 우리신문주간의 주인공이 되시는 서재필(서재필)박사야말로 우리나라 현대사의 가장 훌륭한지도자의 한분이신것이다.
그 나이 겨우 22세에 갑신정변(갑시정변)에 가담하여 행동대를 지휘하며 수구파의정부를 전복하는데 일단 성공한듯 했었으나 모든 계획이 뜻 같지않아 문자 그대로 『삼일천하』의 혁명 아닌 정변으로 끝나자, 김옥균(김옥균) 박영효(박영효)등과 일본으로 망명했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십년후 그나이 33세에 다시 한국에 돌아올때 서박사는 사람의 병을 고치는 의학박사의 학위를 가진 의사의 자격뿐 아니라 이나라 사회의 병폐와 정치의 고질을 고쳐야할 확고한 진단과 처방을 내릴수있는 개화문명의 지도자의 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박사는 미국에서 민주주의 사회의 성장을 눈으로 보고 글로 배우고 그러고 과학문명의 발전과 아울러 세계정세를 널리 살피며 그때의 한국이 얼마나 애처로운 처지에 있다는 것을 잘알고 돌아 오셨던 것이다.
서박사는 기울어져 가는 나라를 바로잡는 길을 위하여 당시의 정부관리들의 부패와 무능, 무지를 뉘우치게 하고 정치의 일대개혁을 도모하는 일을 생각했다. 그 방도는 오직 우리 국민을 깨우쳐 국민 스스로가 개혁의 선봉이 될 힘을 가지게 하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박사는 그 방법으로 먼저계획한 것이 독립협회의 창설과 독립신문의 발행이었다.
독립신문 창간호 사설에도 보이듯이 그는 『한국은 한국민족의 나라』라는 주지에서 남의 어떤 힘에도 의지할것 없이 자주독립의 정신을 가져야 할것을 외쳤다. 옛날 중국의 사신을 맞이하기 위하여 세웠던 서대문밖의 소위 영은문(영은문)자리에 오늘에 보이는 독립문을 세우고 독립협회라는 단체를 모아 뜻있는 젊은이들로 하여금 새시대의 개화문명의 일꾼이 되도록 지도하는 한편 서울과 지방의 평범한 온 국민으로 하여금 기울어져가는 나라를 구해내야 하는 애국의 정신을 가지게 하기 위한 깨우침의 길잡이로 독립신문을 발간했던 것이다.
창간호에 실린 사설은 오늘 이때에 읽어도 오히려 뜨끔할만큼 커다란 애국의 교훈과 민주정신의 목표를 제시하고 있는것이다.
첫째 양반·상놈이라든지, 돈이있다 없다의 사회신분의 구별없이 하나의 국민으로 다같이 뭉쳐야 할것을 외치는가하면 신문은 내나라의 사정과 세계의 새소식을 전함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새로운 지식과 깨달음을 가지게하며 동시에 정치의 잘못을 지적하여 개혁을 촉진하며 또 사회의 폐풍을 고쳐나갈 것들을 널리 토론에 붙이고자 함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문이 공정하고 또 용감스러운 태도로 나쁜것은 나쁘다고, 잘못은 잘못이고 잘된것은 잘됐다고 진실을 말하는데, 정부의 고관이나 민간의 어떤 사람도 두둔하거나 또 편견을 가지고 헐뜯는 일이란 있을수 없는일이라고-신문의 보도와 논평의 자유와 공정, 독립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운데서 민중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1898년전후하여 독립협회가 주동이되어 당시의 정부와 사회를 크게 흔들어 놓았던 만민 공동회(萬民共同會)는 우리나라 민중운동의 커다란 첫물결이었던 것이다.
독립신문이 순한글신문이었다는 점에 우리는 다시금 박사의 탁월한 견식에 놀라지 않을수 없는것이다. 배우기쉽고 읽기쉬운 내글로써 누구나 쉽게 신문을 읽게하자는 것이었다. 또 싼값으로 누구나 사서 읽게할것도 잊지않았던 것이다. 그뿐아니고 독립신문은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정하신 후의 한글사용에 대한 큰 혁명을 일으킨것이다. 말마다 매듭을지어 한자씩 띄어쓰기로 한것이다. 이역시 서박사의 창안인 것이다.
그전에는 말과 말사이의 간격없이 줄글로 내려 써왔기 때문에 문맥을 찾아 읽기힘들었던 것을 오늘과 같이 말마디마다 띄어서 쓰게한것은 우리한글 발달사의 다시없는 혁명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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