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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기업 적자 1조5008억원 … '밑지는 요금' 하수도 사업이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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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해 388개 지방공기업이 2002년 안전행정부가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1조5008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지방공기업의 전체 부채 규모는 72조원을 넘어섰다.

 안행부는 지방공기업의 지난해 결산자료를 집계해 분석한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2010년 7755억원이던 지방공기업의 전체 적자 규모는 2011년 358억원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다시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가장 많은 적자를 낸 부문은 하수도와 도시철도였다. 하수도 사업을 하는 85개 지방공기업은 지난해 총 8972억원의 적자를 냈다. 하수도 부문의 적자가 큰 것은 원가 대비 요금 비율이 38.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수도의 평균 원가는 t당 843원이었지만 평균 요금은 322원에 그쳤다.

 김영철 안행부 공기업과장은 “인구가 적고 면적이 상대적으로 넓은 지자체에선 하수도 처리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지만 요금을 원가대로 받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부산 등 전국의 7개 도시철도공사는 모두 8009억원의 적자를 냈다. 평균 원가가 1378원인 반면 평균 요금은 60.8% 수준인 838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무료승차 서비스를 함으로써 연간 3721억원의 수입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건설을 하는 16개 도시개발공사도 지난해 608억원의 적자를 냈다. 특히 서울시 SH공사는 2011년엔 4307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지난해엔 사상 최대인 535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분양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지방공기업의 전체 적자 규모가 지난해 갑자기 크게 늘어난 것엔 SH공사의 적자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안행부의 설명이다.

 17개 시·도별로도 서울이 가장 많은 8755억원의 적자를 냈다. 김갑수 서울시 재정담당관은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는 요금을 원가에 맞게 올릴 수 없는 데다 노인층 등에 대한 무임승차 정책으로 인해 적자가 발생한 만큼 중앙정부가 지원을 해줘야 한다”며 “SH공사는 은평·문정·마곡 지구 등에서 분양과 입주가 이뤄지면 경영수지가 호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공기업의 지난해 말 부채 규모는 72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조7000억원 증가했다. 2009년 말 58조2000억원이던 지방공기업 부채는 3년 만에 14조원 이상 불어났다. 도시철도나 하수도 등 구조적으로 적자를 내는 분야가 있지만 지자체의 무리한 사업 때문에 빚이 늘어난 경우도 있다. 강원도 태백의 O2리조트를 조성해 관리하는 태백관광개발공사는 지난해 15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3392억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다. 지방공기업의 부채가 늘면 해당 지자체의 살림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안행부는 지방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부채가 많은 지방공기업은 중장기재무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지자체가 새로운 신규투자 사업을 할 때는 타당성 검토와 함께 지방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정정순 안행부 지방재정정책관은 “지자체와 지방공기업이 자발적인 경영개선을 하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매년 6월 말 지방공기업의 결산 정보를 정례적으로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원배·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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