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더 나은 나라가 됐다" 성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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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아프리카 3개국 순방길에 오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서 두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사람은 동성결혼 커플에 대한 제도적 차별이 위헌이라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이끌어낸 소송 당사자인 에디스 윈저(83·여)다. 또 한 사람은 동성애자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캠페인’의 채드 그리핀 대표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두 사람에게 축하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별도 성명에서 “오늘 대법원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았다”며 “미국은 이제 더 나은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결혼을 ‘남자와 여자의 결합’으로 규정한 결혼보호법 때문에 동성결혼 커플이 세법 등에서 차별을 받는 건 위헌이라는 판결 후 미 정치권은 후폭풍에 휩싸였다.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은 위헌 판결 이후 제도적 보완책 마련에 발 빠르게 나섰다. 에드워드 스노든 파문으로 수세에 몰렸던 오바마는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듯 “대법원의 결정에 찬사를 보낸다”며 후속 조치 마련을 각 부처에 지시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성명을 내고 “동성결혼 커플이 평등한 권리를 되찾은 걸 환영한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클린턴 전 대통령은 대법원이 이날 위헌 결정을 내린 연방결혼법이 공화당의 주도로 처리될 당시인 1996년 보수 진영의 표를 의식해 대통령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서명한 인연이 있다. 반면 2016년 대선 출마가 점쳐지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은 동성 간 결혼을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그런 만큼 이번 기회에 클린턴 전 대통령의 실수를 만회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반색하는 민주당과 달리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측은 당황하는 모습이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대법원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 다. 다만 공화당은 이번 결정이 동성결혼 커플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 위헌이라고 판단했을 뿐이고 동성결혼 합법화를 인정한 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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