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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인재를 키우자] 7. 獨 지멘스 - 스카우트 보다 자체 양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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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의 유서 깊은 옛 도시인 인구 12만여명의 레겐스부르크에는 지멘스 계열사인 VDO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이 회사는 주로 에어백과 자동항법장치 등 자동차용 전자제어장치를 만든다. 지난해 말 기자가 VDO의 한 공장을 들어서니 20여명의 젊은 인턴 사원들이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들 중 대다수는 실업계 학교를 갓 졸업했거나 아직 재학 중인 학생들로, 지멘스사가 운영 중인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들 인턴 사원은 짧게는 8주에서 1년 가량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며 실무 경험을 쌓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물론 인턴 과정에서 우수 인력으로 평가되면 정식으로 회사에 채용된다.

독일 최대의 전자.전기.발전설비 그룹인 지멘스사는 지난해 무려 2만4천명을 해고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했음에도 이처럼 외국 학생을 포함해 7백여명의 재능있는 젊은이들을 인턴 사원으로 받아들였다.

지멘스 코리아의 요셉 윈터 사장은 "우수한 젊은 기술인력을 인턴으로 흡수하는 것은 그룹의 핵심 인력 확보 전략의 일환"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자기 분야에서 진작 인정받고 있는 인재를 스카우트하기보다 젊고 유능한 내부 인재를 조기 발견해 핵심 인력으로 키우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 하인리히 폰 피러 그룹 회장이 내부 인사로 핵심 인재로 육성돼 회장까지 된 대표적 사례다. 올해 입사 34년째인 그는 1969년 지멘스와 첫 인연을 맺은 이래 그룹 내에서 여러 보직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은 후 최고경영자로 발탁됐다.

이때문에 지멘스는 인재를 키우기 위한 그룹 차원의 내부 교육프로그램과 인턴십 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대학생 인턴십 프로그램(SSP)의 운영책임자인 슈테판 피셔 박사는 "모든 교육과정은 내.외국인은 물론 사내.사외 구분없이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며 "인재 확보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핵심 중 핵심 인재는 3백50명=지멘스는 임직원을 직위와 직무능력에 따라 S1~S5까지 5단계로 분류해 놓고 있다. 지멘스 인력개발실의 우도 디르크 부사장은 "S1~S3의 3개 그룹은 핵심 인력으로, S4~S5는 일반 인력으로 구분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 가운데 S1급이 핵심 중 핵심 인재들이다. 그룹에서 핵심 보직을 맡고 있는 임원과 장차 핵심 보직을 맡게 될 잠재능력이 충분한 사람들로서, 그룹 내 42만6천여명 임직원 중 0.8%인 3백50명 가량이 S1급 인재들이다.

특히 수석 부사장단과 사업부문 담당 임원들이 포함된 70여명은 차기 최고경영자를 선발하기 위한 인재풀로 활용될 만큼 비중이 대단하다.

S2그룹엔 한국 등 개별 국가의 사업 책임자급들이 포함돼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7백여명에 이른다. S3는 수년간 주요 업무를 담당해온 매니저급 간부들로 5천여명 수준이다.

핵심 인력에 대한 지멘스의 고과 평가는 꼼꼼하고 투명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대다수의 임직원은 1년에 한번 직속 상사와 업적 평가를 위한 면담시간을 갖는다.

여기선 지난 한해의 업무실적, 고객 만족도와 업무수행 과정에서의 효율성 등을 따진다. 핵심 인재들은 그외 부하 직원들을 통솔하는 리더로서의 능력까지 평가받는다.

32년째 지멘스 발전사업부에서 일해왔다는 외르그 푀커 부사장은 "모든 절차가 객관적이고 상사의 주관이 들어가는 것을 최대한 배제했기 때문에 고과의 결과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는 직원이 거의 없다"고 자신했다.

그는 또 "미래의 그룹 경영진으로 발탁될 잠재성을 갖고 있는 S1급 핵심 인재들은 리더십과 인화력이 중요하다고 판단, 부하 직원들과 동료들로부터의 다면평가까지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승계 후보자 교육은 연중 실시=핵심 인재는 철저한 교육과 트레이닝을 통해 길러진다. 가령 주요 보직에 결원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직무승계 후보자에 대한 교육은 연중 내내 실시된다.

이 중 피러 회장이 가장 중시하는 과정은 지멘스 이그제큐티브 프로그램(SEP). 차세대 최고경영자와 그룹의 핵심 경영진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이므로 S1 인력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교육이다. 인사관리와 리더십, 경영전략 등이 주로 논의된다.

S2급 인재를 대상으로 하는 지멘스 리더십 프로그램(SLP) 과정도 있다. 세차례 총 15일간 진행되는 워크숍 과정과 5~6개월이 소요되는 프로젝트 해결과정 두가지다. 참가자 한명당 1만7천6백40유로(약 2천1백16만원)의 경비가 소요되며, e-비즈니스와 신경제, 리더십 등이 주요 논제다.

핵심 인재에 대한 보상도 상당하다. 미국과 달리 임직원에 대한 스톡옵션이 보편화돼있지 않은 독일에서 지멘스는 S3급 이상 인력 5천여명에 대해 스톡옵션을 주고 있다.

그룹 측은 또 핵심 인력에 대한 동기 부여를 위해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급여제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직무 승계를 담당하는 별도 조직은 없지만 전임자나 상급자가 추천하는 방식을 통해 업무 승계가 자연스레 행해지고 있다. 다만 그룹 회장 선임은 다소 다르다.

회장은 노조 대표와 주주 대표 각 10명씩 20명으로 구성된 감사이사회가 선임한다. 다만 전임 회장이 2~3명의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은 관례화돼 있다.

그룹 회장이 후임자를 결정해 주주 총회의 동의를 얻는 미국식 승계 방식과 다른 점이다. 집행이사회 멤버 등의 핵심 임원도 회장이 감사이사회와 의논해 임명한다.

에어랑겐.뮌헨(독일)=유권하 기자

◇지멘스 현황(2002년 말 기준)

▶최고경영자:하인리히 폰 피러 회장

▶설립:1847년

▶본사:독일 바이에른주 뮌헨

▶사업분야:전기.전자.발전설비.의료기.운송.자동화 등

▶매출:8백40억유로(약 1백4조1천6백억원)

▶영업이익:26억유로(약 3조2천2백40억원)

▶사업장:세계 1백93개국

▶종업원수:42만6천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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