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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함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난17일밤 20대의 여성이 5살·3살짜리의 두 이복동생을 살해하고 자신도 음독자살한 사건이 대서특필로 보도되었다.
구약성서의 <카인과 아벨>이래 세상에는 형제간의 살해사건이 있어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끔찍한 살해방법이나, 차분한 살해계획은 내 기억으로는 별로 듣지못한 일인듯하다.
황차, 장본인이 미혼처녀이며 범행대상이 철없는 어린애들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더욱 소름이 끼친다. 범행방법이나 범행과정을 따지기앞서, 한 인간으로서 그의 소행은 인륜·도덕·인정에 비추어 용납할수없는 범행임에 틀림없다.
그점을 알기에 그녀도 자살이란 수단을 빌어 모든것을 청산하여 버렸다. 필자로서는 아무리 직업의식을 동원하여도 더 나무라거나, 또는 변명할 말이없다. 이제 나는 이 사건이 사회에 준 충격적인 교훈을 지적하고싶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 사건의 범행동기가 단순한 부모의 편애·차별·학대에대한 앙갚음에 연유한다고 말하고있다. 그러나 실로 범행의 동기는 이미 20년전 아버지가 축첩했을때 비극의 씨가 뿌려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버림받은 어머니에 대한 쌓이고 쌓인 동정, 상대적으로 아버지와 소실에대한 원한, 적·서자간의 질투등이 뒤범벅된 심리상태가 마침내 오늘의 비극을 빚어냈다.
나는 어제 가정법원조정실에서 이혼을 결심한 어떤 여인에게 못박듯 충고한 한마디를 여기에 적고 싶다. 『아이를 셋이나 둔 어머니는 이혼을 못하는 것』이라고 목메게 일러주었다.
이혼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놓인 세자녀의 어머니에게 내가 만류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번 사건과 같은 무서운 또하나의 비극을 사전에 예방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자녀는 부모와함께 살아야 할 권리가 있고 부모는 함께. 그들을 길러야할 의무가 있다. 다시는 이처럼 끔찍한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지않게하기위해 나는지적한다.<아이들은부모와함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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