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생활의 애환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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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화경씨가 농촌을 주제로 하여 색다른 동양학 소품전을 마련했다. 흔히 보는 동양화의 풍경-즉 산야의「스케치」가 아니라 산골사람들의 생활속에 배어있는 애환의 기록을 담고 있다. 조용하고 담담한 분위기지만 불수록 따스한 체온이 감도는 정경이다.
지붕·기둥·창문·댓돌이 일그러진 채의 것이지만 거기 꾸밈없는 순박함이 있다. 굴뚝이며 삼태기·장군·오줌박에 이르기까지 김씨는 애써 설명적인 묘사를 꾀하고 있다.
수도여사대의 교수인 김씨는 금년 미국에 교환교수로 가게되는 데 이들 작품을휴대하겠다고 한다. 한국서민의 정서를 보여주겠다는 것이 그의 의도이다. 기법면에서도 그가 종래시도한 여러 가지를 망라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촌을 설명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이 전시회에 대한 한가지 아쉬움은 연작이 됐으면 하는 것이다. 계절에는 변화를 주었으나 소재가 한정 된 감이있다. 마을의 위치,가옥의 구조, 기물의 배치등 고려해 주었으면 하는 욕심이다. 그래서 일련의 농가도를 펼쳐놓는다면 보다 알찬 내용이 됐을 것이다.
아주 소탈한 향토풍경에만 골똘하고 있는 단한사람 동양화가인 만큼 김씨에겐 보다 깊은세계의 개척을 기대하고 싶은 것이다. <13일까지 삼보화랑서 전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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