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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휴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고대 「로마」 제국 곤망의 원인을 사가들은 여러가지로 해석하고 있다. 그 중에는 「로마」 인들의 생활이 너무 사치스러워지고 유흥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보는학자들도 많다.
가령 검소하던 초기 「로마」의 공휴일은 백일 미만이었다. 중기에는 공휴일이1백50일정도로늘어났고「말쿠스·아우레리우스」 의 치세에는 2백일이상으로되었다. 「로마」 시대의 집무시간은오전중이었다. 그러니까 당시의「로마」 시민들은 「레저」가 얼마나 많았는지 짐작할수 있을게다.
「로마」 의 황제들은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소일거리를 만들어 주는데 머리를 써야만 했다. 그래서 「서커스」도 생기고 공중욕장도 생기고 대련시장도 생겼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아무리 「로마」 가 번창하고 생활이 사치스러워져도 달라지지 않은게 있었다. 「로마」의 뒷골목이다.
대낫에도 오물들로 질퍽하고 악취가 코를찔렀다. 「로마」 가 번창해지고 인구가 늘어감에 따라서더욱 뒷골목은 더러워져 갔다.
중요한 것은 「로마」 의 흥망은뒷골목에 달려 있지는 않았다는사실이다. 「로마」의 영광은 어디까지나 각지방으로 뻗친 대도로망에 있었다.
그리하여 더욱 뒷골목들은 햇볕을 못보게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좀 깊이 파들어가 본다면「로마」 제국의 대들보를 서서히썩혀나간것은 가난과 불만으로 들끓었던 뒷골목이었다.
우리는 옛 「로마」 인에 비기면공휴일의 수가 퍽 적다. 그만큼견실한 살림을 우리가 하고있다고 봐야할게다. 작민들을위한 구정의 공휴일마저 없어졌으니 말이다.
방물을 주고받는 날은 1연에한번만 있으면 되지 않겠느냐는생각에서였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야박스럽게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로마」 의 특권층과 시민들과 노예들사이의 차이가 우리네들사이에서는 없기때문이다.
그러나 뒷골목만은 비슷한것 같다.
고속도로가 늘어나고고가도로건설이한창이고, 이게모든시민을위한 도로들임에는 분명하다.자가용차를 탈수있는 사람들에게 한정된 얘기라고는 하더라도 말이다.
서민들이 제일 많이 이용하는변두리 길과 뒷골목들은 봄을맞아 날로 더러워지고, 질퍽하여 걷기조차 어려울지경이다. 참다운 서울의 영광은 뒷골목에 있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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