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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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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 고장은 봄도 늦구나. 2月인데, 버들 눈은 언제나 트려는지. 이제야 강물은 풀리는가. 장안에선 꽃이 눈오듯 하련만.』(당시·장충경)
일설이 분분하다. 봄은 지금 어디서 서성거리는지-.
17일은구정이다. 방앗간은여전히 붐빈다. 길가운데까지떡 빚는줄이 늘어섰다. 이중과세를
말리는데도 구정은 술렁거렸다. 민속은 좀처럼 버리기 힘든가보다. 오히려 한복 나들이는 신정때보다 음력설이 더한 것같다. 아이들까지도 설날을 기다린다. 구정에 대한 애정은 연년세세 버리기 힘들 것 같다.
때때로 착각을 하지만 구정은 분명히 공휴일이 아니다-. 하면서도 웬만한 상가는 철시를 하고, 공장들은 으례 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좀 심한 데는 꼬박 사흘이나 쉬는 셈이된다. 그믐날이 그렇고, 초하루는 물론이고 이튿날도 「귀성」파들은 상경이 힘든다.
자연히 사흘은 일손이 놓인다. 그러나 이런 습관은 공식적은아니다. 하나의 양해처럼 되어 있다. 그럴바에는 이날을 굳이 정상일로 지기려는것은 공연한 고집인 것도 같다. 차라리 정부는 공휴일로 선포하는것도 좋을 것이다. 공휴일 「인플레」가 반드시 비생산적이아니라는 것은 이제평범한상식이다. 더구나 이날은 어느 직장에서나 정상근무가 힘들기 마련이다.「신춘절」이라는 명목을 붙이면, 행정가들이 받아들이기엔 너무 낭만적일까.
하긴 신정을 「신춘」이라고도한다. 엄동에 「신춘」이라기엔 어색하기 이를데 없다. 구정은그러나 봄기운이 날 때이다. 구정을 한때 국회에서 설왕설래한 식으로 「농민의날」이라기엔 쑥스럽다. 구정의 인기는 농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금년 구정은 별로 명랑할것 없다. 열차삯이 오르고보면 귀성객들에겐 여간짐 스럽지가 않다. 철도청당국은 3등열차의 여객이 아직도 많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억지이다. 박이다매의 여객행정은 기대하기 힘든가. 특급에 3등을 연결하는 것은 바로 그런 상술이 아닐까.
시름없는 「신춘절」이 실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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