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모처럼 얘기 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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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걷잡을 수 없이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전술적인 요구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을 때 그렇다. 김동광 감독은 매우 개성이 강한 감독이지만 매우 예리하고 적절한 선택을 한다."

프로농구 삼성 썬더스의 아비 스토리는 잘 웃는다. "오늘 정말 훌륭한 플레이를 했다"고 칭찬하면 한국식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땡큐"라는 말이 입에 뱄다. 사소한 실책에도 화를 벌컥 내며 벤치로 불러들이는 김동광 감독에 대해서도 "나이스" "엑설런트" "스마트" "와이즈"로 일관한다.

가장 잘해주어야 하는 선수, 그러나 언제나 김동광 감독의 '양'에 차지 않았던 스토리(20득점.8리바운드)가 모처럼 펄펄 날았다.

삼성은 쉽지 않은 상대 SBS 스타즈에 74-71로 승리, 24승19패를 기록했다. 삼성이 3연승을 구가한 반면,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갈길이 바쁜 7위 SBS는 2연패를 당해 6위 모비스 오토몬스와의 승차가 2.5게임으로 벌어졌다.

스토리는 3쿼터에 불을 뿜었다. 삼성이 3쿼터에 기록한 24득점 가운데 14득점을 스토리가 뽑아냈다. 슬램덩크.레이업 등 골밑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은 다 보여줬다. 스토리가 3쿼터 5분부터 9분까지 연속 골을 터뜨리자 장내 아나운서는 "스토리 타임"이라고 소리쳤다.

삼성은 3쿼터 8분쯤 56-45로 벌리는 장면에서 승기를 잡았다. 이때 내준 점수차가 SBS 선수들을 초조하게 했고, 무리한 공격을 시도하게 만들었다. 4쿼터 5분쯤 60-67로 뒤졌던 SBS가 김훈.강대협의 득점으로 66-67로 따라붙었고, 66-72로 뒤진 종료 26초 전 윤영필(6득점).퍼넬 페리(25득점)의 3점슛으로 따라붙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그러나 1점차를 3점차로 벌리기는 쉬워도 뒤집기는 어려웠다. 삼성에는 서장훈(27득점)이라는 확실한 끝내기가 있었고, 서장훈은 SBS의 반칙 작전으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어 쐐기를 박았다.

SBS는 반칙 작전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삼성은 슛이 정확한 서장훈에게 볼을 맡겨 SBS의 승부수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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