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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가랑닢 및에서 나브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국시인협회가 마련한 신춘시화전이 지난1월25일∼29일까지 5일간 신문회관서 열렸다. 금년들어 처음열린 이 전시회는 향토예비군을 돕는 성금을 주선하기 위한 것이어서 한층 뜻깊은 잔치가 됐거니와, 또 많은 작품이 매매되고 헌금도 모아져 성과가 켰다.
그러나 그것과는 달리 출품작품에 틀린글자가 어찌나 많은지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시는 그 나라 언어의 상징이요, 시인은 곧 말과 글을 갈고닦는 선도자-그러기에 결코 예사로 보아지지 않는 것이다.
○…맞춤법이 틀린 예를 몇군데만 지적해 보면 북녘(북녘=박성룡) 처름(처럼=박성룡) 밖이론(밖으론=금광림) 눈섭(눈썹=서정주) 옴기어(옮기어=서연주) 섯달(섣달=서정주) 고은(고운=서정주) 가랑닢(가랑잎=신석초) 뭇닢(뭇잎=신석초) 휘젔는(휘젓는=신우초) 아뭏렇지(아무렇지=박재삼) 나브낀(나부낀=전봉건) 뚜렸한(뚜렷한=박태진) 소복히(소복이=박태진) 부딛쳐(부딪쳐=이유경) 및에서(밑에서=양명문)등등.
그밖에도 한자에「산악」「집념」「혜안」등이 있고,「뉘앙스」를 고려한 낱말로서「엎대어」「서느런」「수런그리는」「파아랗다」「대구리」등-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런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기로서니 시전체의 「이미지」엔 아무렇지 않다고 맞선 시인이 있을지 모른다. 또 수많은 낱말가운데 꼭 알맞은 것을 찾아쓰고 혹은 만들어 내는 것이 시인의 일이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 개의 낱말보다는 한귀절에, 한귀절보다는 한수에 치중하여 독자에게 심어주는 시가 돼야 할 것이다. 우리의 좋은 유행어와 명구가 모두 시에서 비롯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른말과 바른글을 써서, 우리시가 더욱 뜻을 깊이하고 우리말 순화에도 앞장섰으면 한다.<이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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