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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학계 주도 단군연구 고조선사 해석 과장 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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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우리 민족의 시원으로 간주되는 단군조선의 존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고조선사 연구로 서울대 국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송호정(한국교원대.사진)교수가 파장의 진원지다.

송교수는 최근 펴낸 '한국 고대사 속의 고조선사'(푸른역사 출판사)라는 책에서 "만주 전역을 다스린 단군조선은 없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고조선사 하면 많은 사람들이 단군조선을 떠올리는 형편이기에 송교수 주장은 일종의 파격에 가깝다. 하지만 송교수는 강단사학계에서 몇 안되는 고조선 전문가이기에 그냥 흘려버릴 수도 없다.

송교수는 "중고등학교 국사교과서의 고조선사는 다시 써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지만, 그간 단군조선에 대한 연구를 주로 재야사학계가 주도해왔기 때문에 재야사학자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송교수는 위성방송에서 편성한 특강을 통해서도 이같은 주장을 펼쳐 이미 한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아직 진위논쟁이 진행 중인 '환단고기' 등을 위서로 간주하는 대목도 논쟁거리다. "재야사학자들처럼 위서(僞書)인 '환단고기' 등을 사료로 이용한다면 아주 풍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실제 고조선 관련사료로 이용할 수 있는 내용은 A4 용지 한두 쪽에 불과하다"고 송교수는 말했다.

고조선사와 관련해 이해와 오해가 교차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문헌사료의 부족과 사료에 대한 인식의 차이 때문이다. 단군의 실재성을 믿는 재야사학자들은 고조선의 성립 시기를 올려 잡고, 영역 또한 대단히 광대했다고 설정한다.

중.고등학교 국정교과서에도 단군조선을 인정하고, 비파형 동검 출토지가 고조선 영역이라는 주장이 실려 있다. 이에 대해 송교수는 "단군신화를 포함한 후대의 고조선 사료와 남만주 관련 중국 사료에 대한 종합적이고 비판적인 이해가 결여돼 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송교수는 "남만주 일대의 고고학 자료와 한반도 서북 지방의 청동기~철기시대의 고고학 자료를 최초로 종합.정리했다"면서 "엄정한 학문적 접근이 있어야만 한국 고대사의 발전 논리가 명확히 정리되고, 그런 후라야 삼국시대 등 우리 한국사의 발전 논리가 올바로 정립될 수 있다"고 밝혔다.

송호정 교수의 핵심 주장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고조선사와 단군신화는 별개=선진(先秦)문헌인 '관자'의 기록에 따르면 고조선이 등장하는 시기는 중국 동북 지방에서 청동기문화가 개화하기 시작하는 기원전 8~7세기 이후다.

문헌에서 고조선의 실체가 처음으로 확인되는 단계부터 언급하기 때문에 단군신화에 대한 분석이나 단군조선의 문제는 언급할 필요가 없다. 단군신화나 단군조선의 문제는 우리 역사에서 초기 국가가 출현하는 시기의 역사적 경험을 정리한 것으로 그것이 갖는 의미와 역사성은 또 다른 주제의 연구가 필요하다.

◇기자동래설은 꾸며낸 이야기=문헌 기록상 기자동래설은 기자가 활동한 기원전 10세기 이전이 아닌 한대(漢代) 이후 한나라 역사가들이 꾸며낸 이야기이고, 요서 지역에서 나온 '기후(箕侯)'라는 이름이 쓰인 청동 그릇은 산융 등 오랑캐족 사회에 상나라 유민들이 살았다는 증거에 불과하다.

배영대 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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