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교체 OECD 1위 … 열 명 중 셋 1년 내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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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국인 10명 가운데 세 명이 휴대전화를 구입한 지 1년 안에 교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KT경제경영연구소의 ‘이동통신시장 선진화를 위한 정책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의 28%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1500만 명이 1년 이내에 약정을 해지하고 휴대전화를 바꿨다. 이 보고서는 미국 메릴린치증권의 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의 자료를 분석해 추정치를 내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가운데 1년 안에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비율은 영국(27.1%), 독일(23.4%) 등이 높은 편이었지만 우리나라의 교체 비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캐나다(18.6%)·미국(17.6%)·호주(16.6%)·스웨덴(14.5%)은 20% 미만이었고 일본은 9.2%로 가장 낮았다.

 휴대전화 교체가 많은 만큼 이동통신사를 옮기는 번호이동 건수도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2004년 294만 건에서 지난해 1260만 건으로 4.3배 증가했다. 지난해 번호이동 건수는 전체 가입자의 23%로, OECD 주요국 평균(5%)의 5배에 육박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휴대전화 단말기 교체가 빠른 주요 원인으로 이동통신사들의 마케팅 도구인 보조금을 들었다. 과도한 마케팅비가 비싼 단말기가 주로 팔리고, 자주 바꾸는 방향으로 시장 구조를 왜곡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이통 시장의 마케팅비 규모는 2005년 2조8000억원에서 2012년 6조8000억원으로 2.4배 늘었다. 결국 이통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보고서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보조금 관련 정책은 주로 ‘보조금 투명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정책 실효성이 약해질 수 있다”며 “보조금 축소와 약정 준수를 유도하는 제도 보완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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