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부동산 세제개편 이번엔 제대로 해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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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그제 ‘취득세는 낮추고, 재산세는 높이는’ 방향으로 부동산 세제를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를 올리면 얼어붙은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면서 지방의 세수(稅收) 부족도 해소될 것이란 얘기다. 사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세제는 부동산 경기 변동과 각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따라 비정상적으로 왜곡돼 왔다. 세제가 항상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동원되는 바람에 보유세는 손을 못 대고 거래와 관련된 세금으로 부동산 경기의 부양과 억제를 조절해 온 결과다.

 특히 취득세는 부동산 경기의 부침과 과세기준의 변경에 따라 2005년 이후 기본세율 4%가 단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는 기형적인 형태로 유지돼 왔다. 2006년엔 급격한 과표인상에 따른 세부담을 덜어준다며 50~75%를 감면했고, 그 후에는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한시적인 감면책을 수시로 써왔다. 이 바람에 감면 기간이 끝날 때마다 ‘거래 절벽’이 벌어지고, 감면 시한의 연장 요구가 되풀이됐다.

 서 장관의 발언은 이 같은 부동산 관련 세제의 왜곡을 바로잡아 정상화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우리는 그동안 ‘거래세 완화와 보유과세 강화’로 부동산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펴왔다. 문제는 정부의 실현 의지다. 서 장관은 오는 7~8월부터 국세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지방세를 담당하는 안전행정부와 개편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아직은 범정부 차원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국토교통부의 의견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 정도로는 부동산 세제의 정상화는 요원하다.

 취득세와 재산세 조정과 함께 반드시 고쳐야 할 부동산 관련 세금은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다. 과거 부동산 가격 폭등기에 도입된 양도세 중과(重課)세율은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고, 징벌적 부자과세용으로 도입된 종합부동산세는 폐지하고 재산세에 통합해야 한다. 부동산 세제 개편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는 세제를 부동산 경기 대책에 동원하거나 특정 계층에 대한 응징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