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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수의 운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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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대학은「이탈리아」의 「볼로냐」 대학이다. 이 대학은 당초에는 완전한 학생자치제였다. 중세때 이곳 학생들이, 제정한 학칙을 보면 태만한 교수에대한 파면권과 신임교수의 초빙권까지도 학생들이 가지고 있었다.
학생들의 「길드」도 교수들과 도시에 대항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느냐는 것은 교수의 자유였다.
그러기에 13세기중엽에 동대학에서 내놓은 학생모집광고는 다른 대학들과는 달리 학문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되어있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이었다한다.
이와는 달리 「파리」 대학은 학생자치제가 아니라 교수 중심제였다. 그것은 「볼로냐」 나 「파두아」등 「이탈리아」의 대학들이 법과중심이었는데 비겨「파리」대학은 신학교였고 학생들의 평균연령이 낮았었다는 데에도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파리」 대학의 교수들도 관권의 간섭에 대해서만은 학원의 자유라는 이름아래 완강히 반대하였다. 그리하여 13세기말에는 교수 임면권을 둘러싸고 교권과 다투어 이긴적이 있다.
또 1300년에는 관권의 개입에 반대하여 교수들이 2년간이나 교문을 닫아버린 적이있다.
이렇게 역사적으로 볼 때에는 학원의 자유도 대학의 특권에서부터 출발했으며, 그특권은 관권과의 오랜 투쟁을 통해서 획득된 것이다.
역사적인 연유야 어떻든 오늘날에는 「다이내믹」한 가치관을 갖고있는 사회일수록에 진리탐구의 전당으로서의 대학에 더한층의 지적「리더쉽」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대학이 이런 기대에 맞게되기 위해서는 진리의 탐구는 원칙적으로 자유스러워야 한다.
여기에는 또한 교수의 신분이 충분히 보장되어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른다.
우리나라 교수들에게는 여러가지로 이겨내기 어려운 제약이 있다. 하나는 경제적 제약이다. 그러나 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신분상의 불안감이다. 파면된 유정기교수의 경우는 그 전형적인 한 본보기라 할수있다.
유교수는 징계위에 회부되었지만 청원권조차 거부되었다는 설이 있다. 문교부의 국과장들만으로 이문제가 처리되었다는 것도 교육공무원에 대한 징계위자체의 모순성을 드러내놓은 것이다.
이문제는 한 교수에게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새 가치관의 창조를 위한 학원의 자유와 진리에의 접근을 위한 시민적 자유에 대한 하나의 경종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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