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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누드」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파리」에서 개최중인「피카소」의「누드」판화전은 69년초 이곳 화단의 이목을 집중시키고있다.「피카소」가 즐겨 그의 전시회를 옅고있는「루이스·레리」화랑엔 인파가 끊일사이가 없다.
이번 전시회의 특징은 68년3월16일부터 10월5일까지 6개월 반동안에 일기식으로 계속해서 그린 판화 347점만을 전시한것. 그는 약 2백일동안에 하루평균 1·5점을 창작한 셈이다. 며칠을 빼고는 거의 쉬지않고 6개월동안 강행군을했다. 그것도 모두가 남녀의 뒤범벅이된 「누드」란 점에서 관객들의 관심은 더욱 크다.
그림엔 제목은 전혀없고 1에서 347까지 거의 번호가 붙어있을 뿐이지만 구상화라 누구나보면 앝수있게 되어있다.
소재는 대략「서커스와 인생」「화가와 모델」「창녀」, 남녀가 사랑하는 장면이나 동성연애하는 장면으로 구분할수있다.
「피카소」는 흔히 정성들이지않는 화가, 거친 기법의 거장이라 혹평되기도 하지만 90노령에 그 많은 작품을 단시일내에 제작했고 그것도 하나도 비슷한것이 없는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그의 정력과 창작력과 독창성에는 경탄을 금하지 못하는 것이다.
「누드」라해도 종래의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지금까지「마티스」의「누드」가 거장의 작품으로는 노골적 이라고 알려져왔으나「피카소」는「마티스」의 추종을 불허한다.
남녀의 국부가 드러나 있지않는 작품은 하나도없고 그것도 아주 상세히 그려져 있는데 아연실색-.『관찰이란 아무리 면밀해도 불충분하다』고 한「세잔」의 말을 금언으로 삼은 「피카소」의 관찰력이 그렇게 잘 드러난 작품은 일찌기 없었다고 이곳 미술평론가들은 말하고 있다. 성기의 크기라든지 모양이라든지 위치·색깔 음모의 갖가지 형태, 성행위시의 여러 가지 기교 및 자세등… 예술작품이 아니라 성교육 영화를 보고있다는 착각마저 갖게한다.
그래서『이게 무슨 예술이냐?』『「피카소」는「섹시」하다』고 평해봐야 소용이없다. 그럴수록 일반의 흥미는 부풀고 관객은 늘어나게 마련이다. 한 여인의 음부를 자세히 쳐다보고있는 남자가 그려진 작품을 흥미깊게 관찰하는 남녀가 즐을이어 화랑을 드나들고있는 광경을「피카소」가 직접 보지않는다 하더라도『내 작품속에「누드」가 있는것은「누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란 「피카소」의 말엔 일리가 있다고 보겠다. 파리=장덕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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