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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살았으면...|생산성 향상으로 적정이윤 찾도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박충격부총리가 상공부장관때의 일이다. 어느날 갑자기 장관실이 시커먼 연기속에 파묻히고 천장은 새까맣게 그을리는 소동이 벌어졌다.
석유난로 수입문제로 시끄러울때, 국내「메이커」들이 국산 석유난로의 우수성을 시범해 보이다 빚어진 것이다.
같은 해 여름 인천송도해수욕장에서 국산 수영「팬티」시작을 해 보던 모장관의 두 다리가 온통 물감 칠을 해놓은 것 같았다. 수영복 염색물이 빠진 탓이었다.
제품이 「메이커」의 얼굴이라면 누가 감히 그런 얼굴을 두 번 다시 보고 싶어할까. 믿고 안심하지 못할 일이다.
S「나일론」양말의 경우한때 그 시장점거율은 놀랄만했다. 그러나 상품으로서의 인기가 높아지자 차츰 질이 나빠져 간다는 평판과 함께 지금은 거의 시장에서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불과 3년 동안의 성쇠였다.

<인기끌자 저찬화>
「메이커」의 긴 안목없는 「게릴라」식 이윤추구는 그래서 불신의 씨가되고 끝내는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기 마련. 1월16일 밤 농약부정납품사건에 관련, 구속된 국립농업자재 검사소장 이원호씨(41)등 관계직원과 신상연화학공업 염재덕부사장(61)의 경우도 그렇다.

<"벼가 죽어간다">
『구충약을 뿌렸는데 벌레대신 벼포기가 시들고 제초약을 뿌리니 잡초는 오리려 무성한채 벼만 죽어간다』는 농민의 불신이 수사단서가 되었던 것이다.
소비자의 만족보다 기업의 극대이윤을 높이는데 몰두하고 끝내는 소비자를 잊어 버린채 당국의 눈치 살피기에만 급급, 특혜라도 바라는「메이커」의 정신은 아무리 처음 좋은 성과를 보여줘도 결국은 엉터리상품을 만들어내어 불신의 대상이 되고 만다.
작년5월 피혁제품수출로 국내 제일을 자랑하는 D피혁회사는 미국에 수출한 가죽장갑이 불량품으로 판명되어 망신을 당했다.
다섯차례의 선적을 했는데 5차분으로 선적된3천타가 모두 손가락길이가 짧고 바느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되었다. D회사측은 미숙련공이 많아 그랬다고 해명했지만 「메이커」의 신의 성실원칙에 대한 어긋난 처사는 국제적으로 나라망신을 시키고 불신의 구렁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가져다줬다.

<「페니키아」정신>
작년가을, 동남아시장에서 「봄」을 일으킨「T·와이샤쓰」만도 비슷한「케이스」. 8백만 「달러」어치의 수출 재미를 보자 너도나도 덤벼든 일부업자들의 조잡품 수출은 전체「메이커」에 큰 손해를 끼치기도 했다.
『지옥 같은 불길 속이라도 황금이라면 죽음을 무릅쓰던 「페니키아」상인정신과 현대기업가정신은 본질이 틀리지 않겠어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K씨 말이다.

<수회의 상습자?>
『세금이 너무 과중하다는 생각, 대기업체와 비교해 세무당국이 불평등하리라는 중소기업체의 자의식, 세무공무원을 수회의 상습자로 생각하는 불신감, 세금이 국회의원등의 해외시찰여행비등으로 쓰인다는 생각이 탈세를 하게되고 탈세하는「메이커」야말로 소비자의 가장 큰 적』이라고 택등추인씨등 경제법죄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IMI시장조사단장으로 내한했던「L·암스트롱」박사는『한국「메이커」들이 「마케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상품을 때와 장소에 알맞게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런데도 소비자를 승락하는 생산자의 태도를 소비자들이 잠수하는 것이 신기하다고.
IESC(국제최고경영이 봉사단) 주한대표 「H·H·번즈」씨는『불신받지 않는「메이커」의 할 일은 생산성향상을 통한 적정이윤의 추구이지 소비자를 희생시켜가며 저리융자·차과·자금특혜를 위한 관청과의 교섭이 아님』을 강조했었다.
국산품에다 외국어표기로 눈가림을 하는, 자기 제품에 대해 자신없이 남의 상표를 몰래 사용하는 타성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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