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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의 항로|20일 출범하는「닉슨」미국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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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는 20일로 박두한「리처드·닉슨」미 공화당 행정부의 정식취임을 앞두고 그 준비작업이「워싱턴」정가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제91차 미국신의회가 지난3일 개막함으로써 미국의 새로운 국정은 바야흐로 태동하려하고 있다. 이미12명의 각료를 비롯한 행정부주요인선과 백악관 보좌관들의 임명을 완료하고『다 함께 전진하자』를「슬로건」으로 하여 곧 출범하게 될 「닉슨」행정부는 그러나 불행하게도 제91차 신의회의 의석분포가 하원에서 민주당 2백43석 공화당 1백92석, 상원에서 민주당 57석 공화당 43석으로 야당인 민주당이 다수당임으로 해서 그 전진이 순탄할 수 없는 큰 벽을 앞에 두고 있다.
「닉슨」씨가 그의 웅도와 내외정책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고자 한다면 그는「존슨」대통령 이상으로 노련한 정치적 설득력과 타협의 묘를 발휘할 수 있는 지혜를 지녀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존슨」대통령은『위대한 사회』로 표현되는 그의 국내정책과 대외정책- 특히 월남정책-을 수행함에 있어서 그가 소속해 있는 민주당이 다수당이었던 지난 90차 의회로부터 적지 않은 제동과 견제를 받아 많은 차질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밀즈의원 우호적 반응>
이같은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닉슨」씨는 의회관계의 원만성을 기하기 위해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세심한 배려와 어느 정도 계산된 행동을 해왔다.
우선 첫째로「닉슨」씨가 의회관계담당 보좌관으로 일찍이 의회의 고위사무직원과「아이젠하워」행정부 당시 백악관 보좌관을 역임한바있으며 의회「로비이스트」로서 많은 의원들과 지면이 두텁고 그들의 존경을 받고있는「브라이즈·하를로」씨를 임명한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하를로」씨의 의회관계담당보좌관 임명보다 더 한층 정계「업저버」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닉슨」씨가 당선직후「윌버·밀즈」하원세입위원회 위원장과 몇 차례 전화로「우호적」인 정담을 나눈바 있으며 구랍 초순경에는「밀즈」위원장을「뉴요크」시의 「피에르·호텔」로 초치하여 약1시간반 동안에 걸쳐 주로 세정과 사회보장 정책에 관해 광범한 의견교환을 갖고 어느정도 여운 있는 그의 호의를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균형예산을 거의 신조와 갈이 주장하고 있는 보수 적인「밀즈」의원은 조세정책과 사회보장정책 등 주로 정부의 재정·사회정책관계 예산을 관장하는 하원세입위원회위원장으로서 거의 전권적인 권한을 행사하다시피 하고있는데 그는 일찍이 세제개혁안을 놓고 고「케네디」대통령과 많은 승강이를 벌여「케네디」행정부의 세제개혁안을 크게 후퇴시켰으며 또 무자비하게 예산을 삭감하여「존슨」대통령의 사회복지 정책인「위대한 사회」를 상당히 퇴색케 한 장본인이다.
따라서 흑인소득증대, 흑인실업자 직업훈련, 빈민굴개발 등에 관한「닉슨」씨의 사회복지 적 국내 정책의 성패는「밀즈」의원의 향배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흑인사업은 민간인이>
그런데「닉슨」씨는 지난 선거기간 중에 흑인직업훈련, 빈민굴개발 등을 위해 정부가 이를 직접 담당하지 않고 민간기업들에 모종의 조세상의 특전(예컨대 법인세 인하 같은)을 부여하여 민간기업부문에서 이를 담당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바있는데「밀즈」의원은 이를 반대하고있다.
「밀즈」의원은「닉슨」씨와「피에르·호텔」에서 회담하고 난 직후 미 전국생산자협회에서 연설한바 있는데 그의 연설 원문에는「닉슨」씨의 이같은 공약에 대한 신랄한 비난이 담겨져 있었으나 연설도중 이 부분을 빼버리고「닉슨」씨의 이같은 공약이 가장 효율적인 문제해결 방안임이 입증될 수 있다면 구체적으로 고려해볼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고 한다.
어느 정도 호의적이라고 풀이될 수도 있는「밀즈」의원의 이같은 단 한번의 반응면으로서는 물론 앞날에 대한 낙관은 불허 하지만 적어도 집정을 앞둔「닉슨」씨에게는「밀즈」의원의 과거 행적으로 보아 크게 고무적인 것이라고 관측되고있다.「닉슨」씨는 아직 앞으로 그가 의회에 요구할 구체적인 입법안이나 정책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지난 선거 유세중의 공약과 발언에 비추어 우선 당장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면에서 의회와 상당한 파란이 일것으로 보이고 있다.

<군사력강화에도 찬·반>
첫째,「닉슨」씨는 선거 유세중에「존슨」행정부는 대소핵균형정책을 추구함으르써 그의 이른바 안보상의「갭」을 조성했다고 비난하고 미국은 대소핵우위와 군사력강화 정책을 채 택해야한다고 주장했는데 의회 특히 상원은 이를 반대하고있다.
둘째,「닉슨」씨는 우주개발계획을 계속 강력히 추진할 것을 다짐했는데 지난 수년이래 우주개발계획 예산을 누년 삭감해온 의회는「닉슨」씨의 이같은 공약에 부응하지 않고 계속 삭감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
셋째, 경기과열 상태에 있는 미국경제의 주마성「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해「존슨」행정부가 계정한 10%의 소득부가세는 오는 6월말로 그 만기가 되는데「닉슨」씨는 소득부가세가 연장되는 경우 경기후퇴가 초래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소득부가세를 오는 6윌 말의 만기와 함께 철폐하겠다고 공약하고 이를 지난 7일 다시 확약했다.

<집권초엔 협조의 관행>
그러나 당초 소득부가세입법 당시 이를 반대했었던 「밀즈」의원은「인플레」억제를 위해 정부지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소득부가세를 연장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행정부의 집권당과 의회의 다수당이 상이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요, 지난1백여년 동안에도 10여 차례나 있었던 일이다.
그러나 새로운 행정부의 집정초기 얼마 동안은 비록 의회가 야당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하더라도 새 행정부가 단시일 안에 급격한 정책전환을 꾀하지 않는 한 의회는 새 행정부가 시정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적 정신적 여유를 준다는 뜻에서 협조하는 관행을 보여왔다.

<정치적 설득력이 문제>
따라서 과거의 관행이 어느 정도의 지침이 될 수 있다면「닉슨」행정부 역시 초기 얼마동안은 의회와「밀월여행」을 즐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닉슨」행정부와 91차 의회와의 밀월여행이 어느 때 가서 파탄이 생길지는 아무도 속단할 수 없다.「닉슨」씨는『그의 입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고자 한다면 2O세기최고의 유능한「세일즈맨」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닉슨」행정부의 국방장관 피임자「멜빈·레어드」씨의 말에서 적절히 지적된 바와 같이 아마도 그것은「닉슨」씨가 정치적 설득력과 타협의 묘를 발휘할 수 있는 슬기에 좌우 될 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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