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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세계 오늘의 초점(3)해외 석학들의 특별기고·회견 시리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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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술과 물질 문화의 일국으로부터 타국으로의 흐름을 관찰할 때 역사적인 통찰력을 가지고 살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만약에 역사적인 안목 없이 오늘날의 세계를 본다면 우리는 누구나 우주학, 화학공업, 전자공학, 군사 및 핵과학 등 고도의 기술 문명이 오로지 미국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만약 1백50년전만 거슬러 올라가 본다면 우리는 당시의 미국이 「유럽」으로부터 수입한 기술 문명에 태반을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게 될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1천년전에서 본다면 「유럽」도 「아랍」 세계로부터 과학과 기술 지식의 많은 부분을 배워왔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중국은 물질 문명의 선구자>이와 마찬가지로 19세기라는 시점에서 중국을 살핀다면 당시 서방측 기술 문명이 훨씬 우월해 보인다. 그러나 1천년 정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중국이 송조(920∼1279)의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우던 때, 그리고 「유럽」이 막 「암흑시대」로부터 벗어나던 때를 비교해 보면 이와는 분명 반대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실 말이지 근세초기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은 세계의 물질 문명 발달에 서구보다 더 많은 기여를 했다고 믿어지고 있다.(여기서 중국이란 한반도의 북부와 오늘날의 월맹지역까지를 포함한 대제국을 이룩했던 고대중국을 의미한다.)
고대중국의 기술분야에 있어서의 주된 업적을 보면 다음과 같다.
①비단제조=동부 「아시아」에서는 선사시대부터 있었는데 수세기동안 중국은 비단제조를 독점해왔다. 그 제조의 비밀을 모르는 그리스인과「로마」인들은 중앙 「아시아」의 무역로를 통해 고가를 지불하고 중국 비단을 사왔다. ②종이 및 인쇄=종이는 서기 1세기에 중국에서 발명되었다. 이와 동시에 인쇄술도 발명되었는데 처음에는 목판 인쇄로부터 시작되어 나중에는 활판 인쇄로 발전되어 갔다. 이 활판 인쇄술은 15세기 때 한국에서 크게 발전을 보았다. 이 당시는 중국의 송대로 이보다 수세기 뒤에 서구에서는 활판 인쇄술이 발명되어(1455년의 「구텐베르크성서」가 효시)르네상스기의 「유럽」에서 학문과 지식의 보급에 초석이 되었다.

<11세기에 화약·콤파스 사용>
이러한 예는 이밖에도 얼마든지 있다. 손수레는 그것이 인부 「아시아」에서 사용된 1천년 후에야 유럽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중국은 11세기에 이미 화약을 발명,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 중국인은 11세기말에 이미 항해에 콤파스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상과 같은 기술 문명의 발달사에서 우리는 어떠한 결론을 얻을 수 있겠는가? 첫째 세계 각국의 인간은 오늘날의 복잡한 세계 문화에 각각 제 나름의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 보든 국민은 인류 공동의 유산에 대한 정확한 통찰력을 얻기 위해 세계사를 공부해야만 한다. 셋째, 기술 문명의 우위는 사회 전체의 건강과 생명력에 따라 결정되며 고등교육은 오늘날에 있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그러한 지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요건이 되고있다는 점이다.

<기술 우위 유지 고등교육서>
전 인류가 소유한 기술 문명의 유산은 오늘날 모든 인류에게 똑같이 개방되어 있으며 그것을 어느 정도 이용하느냐 하는 것은 각 국가나 공동사회가 개인에게 각자 그들이 가진 능력을 어느 정도 개발하도록 해 주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끝으로 두어가지만 더 논평한다면 우선 이용하기 위해 투입된 기술은 기술 그 자체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인간이 새로운 지식을 창조를 위해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단지 파괴만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공공정책이며 개인의 가치이다(그 정책을 받아들여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개인의 가치라는 점에서).
다음으로 동부「아시아」가 오랫동안 물질 문명의 발달면에서 세계를 앞장섰으나 최근 「유럽」 등 서반구에 뒤떨어졌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동부 「아시아」에서 일찍부터 기술 문명과 제반 제도 등이 성숙해짐으로써 세계의 문명이 오랫동안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묵과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모든 사람이 다시 추구하고 있는 점이다.

<약력>▲1907년생▲1929년 「하버드」대졸▲1936년「옥스퍼드」대서박사학위▲1942년∼43년주중 미대사 특별보좌관▲1945년∼46년 주중 미정보책임자▲현재「하버드」대 교수겸 동아문제연구소부소장(전공·사학)▲저서「현대중국」「중국공산당사」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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