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하지 않은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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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공허는 감정의 맨 밑바닥입니다. 역설적일지 모르겠지만 공허를 느끼지 않는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일겁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적어도 그들의 길이 진리의 길이라고 생각할거고, 그래서 그들은 우둔하기는 하지만 행복한 것입니다.
「말라르메」는『아! 나는 모든 책을 얽었건만…』하고 말하고서 육체는 슐픈 것이라고 탄식했습니다.
「말라르메」의 말은 굉장한 중량감을 가지고 내 혼 속으로 들어 왔습니다. 왜냐하면 적어도 나는 단 한가지 공허하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하고서 소견을 쓰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또 다른 차원의 공허감이 밀려 올 때는 나는 나를 지탱할 수 없는 지경이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많은 것을 보아오고, 듣고, 생각했다고 자부하지만, 아직 만족하고 있지 않습니다. 나는 꾸준히 노력할 겁니다. 그러나 다른 욕심은 없습니다. 공허 하지 않기 위한 오직 내 문제 때문입니다. 평소 나에게 좋은 말을 많이 해 주신 선배님들, 그리고 심사위원 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어머님이 계시면 어느 누구보다도 기뻐하실 텐데, 그것이 조금 슬픈 일처럼 생각됩니다.

<약력>
▲광주출생(뜨세)
▲광주 제일 고교 졸업(63년)
▲서울대 문리대 불문과 3년 재학
▲주소=광주시 풍향동543의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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