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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거리 중학평준화-들먹이는 공납금과 예치제 시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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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시교육위는 69학년도부터 실시되는 중학무시험추첨권을 공납금을 미리 예치하는 지원자에게만 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종래 사립보다 싸던 공립교의 수업료를 연간 64%나 올려 공·사립교의 공납금을 같이 책정했다. 공납금의 인상을 둘러싼 시비는 해마다 입학기가 되면 계절풍처럼 불어와 학부형들은 이맛살을 찌푸리게 해 왔는데 내년도에는 예치제의 실시에 걱정이 앞당겨 온 셈이다.
시 교육위가 밝힌 내년도 중학신입생의 공납금은 남자가 6천7백10원(입학금 1천6백원·수업료1기분 2천8백20원·기성회 입회비 l천원·기성회비 l기분 9백50원·자율적 경비 2백20원) 여자는 6천7백50원(실험실습비가 남자보다 40원 많다)이다.
이 공납금은 새해 1월5일부터 20일까지 15일 동안에 학교 군별 지정은행에 예치, 증명을 발부 받아야만 2월5일∼6일의 추첨자격을 얻을 수 있게 돼 있다.

<납기도 너무 촉박>
교육위는 공납금 예치제도를 주된 문교행정 목적의 하나인 학교 평준화 실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처음으로 실시되는 추첨입학제로 지원자가 예기했던 이 외의 엉뚱한 학교로 입학이 결정할 때 진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많이 생기면 지금까지 이른바 2·3류 중학은 학생이모자라 문을 닿아야 할 위험마저 있기 때문에 공납금을 미리 받아두면 추천 후 진학포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공립교의 공납금이 쌈으로써 우수한 학생이 공립으로 편중됐던 경향도 없애 학교 평준화에도 기여할 수 있으므로 「7·15입시개혁」의 성공적인 결실을 위해서도 꼭 실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국의 이같은 해명 뒤에는 이 제도가 사실상 공납금의 인상을 불가피하게 한다는 점과 추첨이 전에 학부형들의 재력을 측정하는 결과가 되어 어린이들의 교육에 나쁜 인상을 심어주기 쉬울 뿐더러 납입마감이 너무 촉박하다는 등 문젯점이 있다.

<공립교생 큰 부담>
또 교육위의 성급한 이 제도의 실시는 모자라는 중학수용시설을 「커버」하기 위해 진학 희망자의 수를 줄여 보자는 심산도 엿보인다.
현재 서울시내에는 1백36개 중학이 있는데 이중 4분의1쯤되는 30여학교가 공립으로, 공납금이 오르게 됐다.
더구나 현재 공립교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 중에는 공납금이 싸기 때문에 입학했던 가정사정이 어려운 학생도 없지 않은 것을 생각해 보면 이들에겐 큰 상처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입학시험 전에 공납금을 미리 내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시험은 어려웠더라도 진학을 지망하는 어린이들은 모두 시험장에 참석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우가 달라졌다.
미리 돈을 장만하지 못하는 집 어린이들은 추첨장소에 마저 들어갈 수가 없다.
진학과 부형들의 재력이 뚜렷한 관계를 보여, 진학을 못하게 되는 어린이들의 교육상 나쁜 영향이 우려된다.
더구나 예치시한이 앞으로 15일 밖에 안 남은데다 대부분의 「샐러리·맨」들의 봉급 날짜가 끼이지 않아 이들은 자녀들의 공납금 변동에 골치를 앓아야 하게 됐다.

<종용에 호응 6천>
가장 석연치 않는 인상을 주는 것은 교육위가 진학희망자의 1백% 수용을 공약했다가 중학시설을 계획대로 갖추지 못하게 되자 희망자를 줄여 보자는 속샘이 엿보이는 것이다.
앞서 마감한 중학진학지원 결과를 보면 내년도 국민학교 졸업예정자 10만4천7백여명 중 92%에 해당하는 10만1천4백9명이 진학을 희망했다. 이들을 모두 받아들이기에는 4백80학급이 모자랐다.
「장학지도」를 통해 진학 포기를 종용했으나 6천여명만이 떨어지고 현재도 9만5천5백명이 진학을 바라고 있다. 교육위는 문교부와 합동으로 부족 교실을 메우기 위해 12개 공립교를 신실하고, 학급을 늘려 공립서 2백70학급을 증설하는데는 성공했으나 2백10학급의 사립교 신설은 다소간 계획에 차질을 가져왔다고 교육위는 시설미비 사립교를 폐쇄까지 해 가며 사립중학에 대한 학급 증설을 철저히 다뤘다. 이로 미뤄 이번 공납금 예치제는 교위의 수용시선 차질을 「커버」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문교부는 앞으로 무시험 추첨입학이 단계적으로 오는 71년까지 실시됨에 맞춰 보든 공립중학의 수업료도 사립 수준으로 인상키로 방침을 세웠다. 이는 자칫하면 중학교 뿐 아니라 고교·대학에 이르기까지 공납금 인상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염려마저 없지 않다.
중학임시제도의 철폐로 한숨을 놓았던 학부형들에게 공납금 걱정을 덜어주려는 당국의 마지막 성의가 아쉽다. 현재 이 계획같이 선후가 뒤바뀐 방편을 쓸것이 아니라 사립 중학에 대한 보조나 중등교육비의 증액으로 수용시설만 더 늘리면 이같은 부형 등의 시름을 덜어 줄 수가 있을 것이다. <정덕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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