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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자금 규제의 역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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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모를 앞둔 18, 19일 이틀동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 전원이 두 세 명씩 짝을 지어 국군 및 「유엔」군부대를 위문한다.
정일권 총리는 19일 이석제 총무처장관, 신직수 검찰총장과 해병여단을 위문하도록 계획이 짜여져 있었는데 그동안 앓은 독감이 좀 나아서 18일에는 출근할 수 있어 19일의 위문은 가능할 것이라고.
위문단은 위문품으로 공무원과 정부관리기업체직원의 12월분 봉급에서 1%씩 갹출한 성금으로 위문대(대당 6백원꼴) 수천개를 만들어 각부대별로 전달할 계획이다.
내용이 새로 강화된 통한결의안의 표결결과에 가슴을 죄어왔던 외무부직원들은 17일 새벽 찬성 72표라는 사상최고의 지지에 놀라는 표정마저 지으며 축제기분에 잠겼다.
국제연합과 직원들은 16일 밤을 꼬박 새우면서 「유엔」대표부와 「텔리타이프」를 통해 「유엔」 정치위의 한국문제표결결과를 수시로 브고 받으며 그 분석에 바빴다.
외무부 관계자들은 『북괴만행의 규탄이 주효한 것은 틀림없지만 공산측의 끈질긴 작전에도 불구하고 작년보다 5표나 더 많은 지지표를 받은 것은 우리외교가 얼마나 성실하고 치밀했는가를 입증해주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자찬이 한창.
여 야 대표회의는 16일 부정선거방지를 위한 보장입법협상을 끝냈다.
협상이 끝난 뒤 김진만 공화당 총무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신민당 요구대로 몽땅 해주었다』고 생색을 내면서 『우리는 선거공영제 같은 거라도 해서 돈을 못 쓰는 선거법안 같은 것도 나오지 않나 했는데 신민당 대표들이 모두 선거자금은 걱정 없는 실력자들이어서인지 돈 안드는 선거에는 관심이 없더라』고-.
이 말을 들은 김영삼 신민당총무는 『돈걱정 없는 사람들은 우리가 아니라 공화당 대표들』이라고 쏘아붙이면서 『사실 선거에서 돈을 못 쓰도록 하는 벌칙을 만들고 싶었지만 이걸 만들어 두면 집권당은 돈을 뿌려도 걸리지 않고 야당만 골탕을 먹기 마련이라서 아예 말을 꺼내지 못했다』고.
공화당 경남지부는 17일 상오 부산제일예식장에서 윤치영 당의장서리가 참석한 가운데 연차개편대회를 열고 김택수 의원을 의원장에 재선했다. 이날 아침 대회장 주변에는 경찰관들이 동원되어 교통정리를 하는 등 집권당의 개편대회다운 위세를 보이기도.
이날 도내 14개 지구당에서 온 1백여명의 대의원들은 마치 잔칫집에 온 하객들처럼 흥청댔는데 아무도 위원장개편결과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았고 어느 도지부간부는 『개강대회 같지 않고 무슨 기념일 행사같다』고 하기도-. 【부산=윤용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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