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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수술 이야기]⑦ 불가능한 일은 없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 송명근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사람들은 때때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단정지어 버린다. 더 넓은 세계로 향하는 길로부터 등을 돌린 채, 눈과 귀를 닫고 내가 알고 있는 세계가 전부라고 믿고 싶어 한다. 그러나 지금 아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어버리는 순간, 우리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것은 바로 꿈을 꾸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20여 년 전 내가 심장 이식을 준비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어려운 일이었을지 몰라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는 것을 우리는 최근 한국의 심장 이식 현황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대동맥 판막과 근부의 움직임을 수식으로 계산해 내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대동맥판막질환을 치환술이 아닌 재건술로 해결하려는 계획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 역시 거의 없었다.

1990년, 동종판막이식술 연구를 통해 나는 판막과 근부의 움직임에 대한 가설을 대부분 완성했다. 새로운 대동맥판막성형술의 개발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 가설을 더욱 탄탄히 하고 수술법 개발에 필요한 지식들을 얻기 위해 나는 두 번째 미국행을 결심했다. 당시 텍사스 휴스톤의 베일러 대학병원은 판막에 대한 기초 연구가 활발했을 뿐 아니라 심장 이식 수술과 대동맥외과의 메카였다.

알버트 스타 교수의 추천으로 나는 동양인으로서는 좀처럼 얻기 힘든 베일러 대학병원 근무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우편으로 계약서를 받고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직장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남아 있었다. 새 직장은 개원한지 얼마 안 된 병원이었고, 내가 2년만에 자리를 비우는 것을 달가워할 리가 없었다. 고민 끝에 원장님을 찾아갔다. 다행히 오랜 기간 외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었던 원장님은 계약서의 내용과 세계적인 외과 의사인 드베이키의 이름을 확인한 후 기꺼이 미국행을 허락해줬다. 그래서 1991년 7월 나는 미국 텍사스로 떠나게 됐다.

텍사스는 여름이었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덥고 건조한 바람이 폐 속으로 밀려들어왔다. 첫 미국행 때보다는 긴장감도 덜했고 과정도 수월했다. 하지만 또 다시 전쟁터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베일러 대학병원은 세계적인 심장외과 의사들이 포진해 있었다. 한국에 심장 이식을 도입한다고 생각하니 내가 배워가야 할 것은 수술법 뿐만이 아니었다. 뇌사자를 병원에 연계시키는 시스템, 손상 없이 심장을 보존하는 방법, 거부 반응의 진단과 치료, 이식 전후의 환자 관리 등 처음부터 끝까지 배워서 한국에서 새로 만들어야 했다.

심장 이식 수술의 도입을 준비하면서, 한편으로 나는 대동맥외과 수술의 대부분에 참여하려고 노력했다. 대동맥 판막 연구팀을 만나 나의 가설을 그들의 연구 결과와 비교하며 검증했다. 평소 습관대로 두꺼운 노트에 내가 발견하고 정리한 것들을 꾸준히 정리했다. 노트가 다 채워질 무렵, 더 이상 손볼 곳이 없을 만큼 기초 이론을 탄탄하게 정리했다.

텍사스에서 나는 세 명의 위대한 스승을 만났다. '대동맥외과의 아버지'라 불리는 드베이키 교수, 크라포드 교수와 모리스 교수였다. 내가 그들에게 배운 것은 수술 기법만이 아니라 창의적인 사고와 치밀한 계획성, 저돌적인 추진력이었다. 텍사스에서 나는 새로운 수술법 개발 과정의 청사진을 완성할 수 있었다. 심장 이식 수술, 판막의 움직임 규명, 그리고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하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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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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