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무더운 날씨, 메밀·보리차로 열기 식히고 성인병 예방하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가만히 있어도 목이 타는 여름이다. 냉장고도 없고 얼음도 없었던 옛날, 우리 조상은 자연에서 해답을 얻었다. 바로 메밀과 보리다. 찬 성질을 가진 대표적인 식품으로, 예부터 열은 내리고 몸은 보호해 약재로도 많이 쓰여왔다. 아이누리한의원 분당점 이창원 원장은 “탄산음료나 아이스크림 같은 제품은 금세 시원함을 느끼지만 단 맛이 강해 갈증이 곧 더 심해진다. 대신 전통식품인 메밀·보리차를 마시면 열을 식혀줄 뿐 아니라 각종 질병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 맑게 해주고 다이어트 효과 있는 메밀

메밀은 여름에 딱 어울리는 식재료다. 이 원장은 “메밀은 성질 자체가 차서 몸에 열이 많거나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게 좋다”고 말했다. 칼로리도 낮다. 메밀 막국수는 320㎉, 메밀 소바는 340㎉, 메밀묵 한 접시는 100㎉로 물냉면(500㎉)이나 칼국수(440㎉)보다 칼로리가 훨씬 낮다.

 신흥대 조리학과 최은정 교수는 “메밀 자체가 칼로리가 낮을 뿐 아니라 식이섬유가 많아 포만감이 쉽게 든다. 섬유소는 쌀의 3배나 된다”고 말했다. GI지수도 낮다. GI지수란 혈당을 올리는 정도를 나타내는데, GI지수가 낮을수록 혈당을 천천히 올려 살이 덜 찌게 만든다. 실제 농촌진흥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주일간 싹을 틔운 메밀을 사료에 섞어 돼지에게 6주간 먹인 결과, 피하지방의 두께와 체중이 대조군에 비해 30% 가까이 줄었다.

 단백질도 풍부하다. 메밀의 필수아미노산은 밀의 2배다. 실제 2004년 한국식품연구원에서 85종의 식품을 대상으로 비만과 당뇨병에 효과적인 식품 소재를 연구했더니 메밀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원장은 “메밀은 다른 곡물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높아 유럽에서는 이유식으로도 사용하고 있다”며 “메밀 같은 고단백질 식품은 기초대사량을 늘려 에너지 소비도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또 여름철 쉽게 쌓이는 피로유발물질인 젖산을 빨리 분해시켜 피로회복을 돕는 효과도 있다.

 뿐만 아니다. 메밀에는 혈관을 정화해주는 ‘루틴’이라는 성분이 풍부하다. 최은정 교수는 “루틴은 곡류 중 유일하게 메밀에만 함유된 기능성 물질이다. 혈관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줘 당뇨병·동맥경화 등 각종 혈관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좋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메밀에는 칼륨 성분도 풍부한데, 나트륨을 배출시키는 역할을 해 혈압을 내리고 부종도 막는다”고 말했다.

 메밀은 수용성이기 때문에 가루를 내어 우려먹어도 몸에 유익한 성분을 거의 다 섭취할 수 있다. 이 원장은 “메밀국수를 먹을 때 메밀을 우려낸 물도 같이 먹으면 더 좋다. 단, 간장이나 소금 등 간을 하지 않은 국물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식이 섬유 풍부해 변비에 효과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보리도 여름철 식품이다. 이창원 원장은 “동의보감에는 ‘보리는 달고 차며 허한 것을 치료하고 열을 없애며 설사를 멈춘다’고 쓰여 있다”며 “여름에 열을 식히는 식품으로 오래 전부터 쓰여왔다”고 말했다. 또 염증을 가라앉히고 위를 편안하게 하는 성질이 있어 여름철 흔히 생기는 설사병에도 좋다. 이 원장은 “속이 울렁거릴 때도 보리차를 처방하는데, 위와 장을 진정시키고 장기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보리의 가장 큰 효능 중에 하나는 변비 예방 효과다. 보리는 밀가루의 5배, 쌀의 16배에 해당하는 많은 식이섬유가 있다. 특히 수용성 식이섬유가 많다. 식이섬유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불용성 식이식이섬유와 수용성 식이섬유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소화기관을 통과할 때 많은 수분을 흡수해 대변의 양을 증가시킨다. 반면 수용성 식이섬유는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고 장내 세균 밸런스를 맞추는 등의 효과를 발휘한다. 이 원장은 “보리에는 수용성 식이섬유의 하나인 베타글루칸이 다른 곡물에 비해 월등히 많다”며 “몸이 뚱뚱해지는 이유는 과잉 섭취된 지방류의 대부분이 체지방으로 축적되기 때문인데, 보리의 베타글루칸은 소장 내에서 지질·전분 등을 둘러싸 이들 성분이 체내 흡수되는 것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보리차를 물 대신 음용하면 비만·당뇨병 예방 효과가 있는 이유다.

보리, 장 내 발암성 물질 배출 효과

실제 캐나다 앨버타농업연구소 연구팀은 보리 섭취가 당뇨병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연구엔 베타글루칸이 5.2% 함유된 보리빵이 사용됐다. 결과, 당화헤모글로빈 수치(과거 2~3개월 동안 평균 혈당치)가 유의미하게 떨어졌고 공복 시 평균 인슐린 수치도 3개월 후 약 24% 줄었다.

 베타글루칸은 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이 원장은 “베타글루칸은 장에서 대장균에 의해 저분자 지방산으로 분해된다. 이는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고 말했다. 역시 캐나다 앨버타농업연구소 연구팀이 성인 남성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보리를 6개월 동안 먹게 했더니 확장기 혈압이 평균 9% 내려갔고, 수축기 혈압은 5% 저하됐다. 또 몸에 유용한 콜레스테롤인 HDL콜레스테롤은 늘고, 유해한 콜레스테롤인 LDL콜레스테롤은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또 베타글루칸은 장내 니트로아민 등의 발암성 물질을 흡착해 배설시켜 대장암 발생을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최 교수는 “보리·메밀차는 여름철 음료수로 가장 좋지만 고온에서는 잘 상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번거롭더라도 조금씩 자주 끓여 먹고,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최근에는 이들 곡물차를 쉽게 먹을 수 있게 됐다. 웅진식품의 하늘보리와 메밀차가 대표적이다. 웅진식품 음료마케팅팀 김은혜 과장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반 탄산 또는 과일음료 대신 첨가물과 칼로리가 없는 곡물 차가 인기다. 특히 보리와 메밀은 갈증해소 효과도 커 해가 갈수록 많은 분들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