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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심'으로 꼬인 넥센, ML 최악의 '오심'은?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과연 '오심'의 영향은 어디까지 일까.

지난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넥센전은 경기 중 나온 2루심의 결정적인 오심 하나로 경기의 흐름이 좌우됐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5회 LG의 2사 만루 공격에서 박용택(34)의 타구를 넥센 3루수 김민성(25)이 다이빙 캐치로 잡은 후 2루로 던졌지만 박근영 심판은 세이프 판정을 내렸다. 명백한 아웃 타이밍이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그 사이 3루주자 이병규(30·7번)가 홈을 밟았고, 평상심을 잃은 나이트(38)는 후속타자 정의윤(27)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한 뒤 이어진 만루 위기에서 이병규(39·9번)에게 홈런을 맞았다. 0-0으로 끝날 이닝이 일순간 0-5가 됐고, 결국 넥센은 0-9로 무기력하게 무릎 꿇었다. 6연패에 빠진 넥센의 향후 행보를 흔들 수 있는 최악의 오심이었다.

선수 생활을 바꾼 희대의 오심

2010년 6월 3일(한국시간). 디트로이트 선발 투수 알만도 갈라라가(31)는 9회 클리블랜드 마지막 타자 제이슨 도날드(29·현 신시내티)를 평범한 1루 땅볼로 처리한 뒤 베이스 커버를 들어갔다. 완벽한 아웃 상황. 메이저리그 역대 21번째 퍼펙트게임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빅리그 22년차 베테랑 심판 짐 조이스는 세이프를 선언했다. 이례적으로 이후 백악관까지 나서 판정 번복을 주장했지만 버드 셀릭(79)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이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갈라라가는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며 조이스 심판을 용서했지만 이후 선수 생활이 사실상 끝났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에서 2010년 선정한 역대 최악의 오심인 이 사건 후 갈라라가는 2승8패로 시즌을 마감했고, 두 시즌 동안 3승8패에 머물렀다. 올해 1월 추신수(31)가 속한 신시내티와 가까스로 FA(프리 에이전트) 계약을 했지만 빅리그에선 모습을 감췄다. 공교롭게도 오심 후 경기력이 급격히 나빠졌다.

팀의 한 시즌을 망친 오심

선수뿐만 아니라 팀도 오심의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 대표적 사례가 2010년의 피츠버그다. 당시 미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 기록인 18년 연속 5할 승률을 달성하지 못했던 피츠버그는 7월26일까지 53승47패를 기록해 작은 '이변'을 일으키고 있었다. 하지만 이튿날 애틀랜타전에서 나온 오심 하나로 시즌이 꼬였다.

당시 3-3으로 맞선 연장 19회 애틀랜타 공격 1사 2·3루 상황에서 스캇 프록터(36·은퇴)의 3루 땅볼 때 홈으로 쇄도하던 훌리오 루고(38·은퇴)가 포수 마이클 맥켄리(28)에 태그 당했지만 14년차 주심 제리 밀스는 세이프를 선언했다. 경기 시간 6시간 39분을 기록한 접전의 경기가 오심 하나로 종료된 것이다. 경기 전 세인트루이스와 함께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공동 1위였던 피츠버그는 이 경기 후 2위로 내려앉았고, 다시는 1위에 오르지 못했다. 오심 후 피츠버그 선수들은 무기력한 플레이로 일관하며 19승43패로 무너졌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오심과 그 이후 경기력에 대한 객관적인 연관관계를 찾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지만 이내 "최근 2~3년 동안 메이저리그 심판들의 오심도 많아졌다. 심판들의 퇴장 횟수도 많고, 지나치게 권위적인 문제를 내세우는 것도 문제"라고 경계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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