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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우선주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서울의 발전과 함께 제법 쓸만한「드라이브·웨이」가 여기저기생겨났다.그 중에서도 남산에서부터 한남동쪽으로, 외인주택들사이를 누비며 뻗친 길은 아름답고도 조용하기로 첫손가락이 꼽힐것이다.
그러나 이길에는 일반「택시」는 들어가질못한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좌우간 도난사건의 미연방지를 위한 조치라한다.
그런다고 도난사건이 방지된다는 것도 좀우스운 얘기지만, 더욱 우스운것은 「택시」의 통행을 마음대로 금지시킬수 있다고 보는 생각이다.
외인주택구역은 주택공사소유지내에있다. 따라서 그속에 마련된 도로는 어느 의미에선 사도로 봐야겠고, 그러니까 토지소유주의 마음대로 통행을 금지시킬수있다고 여길수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에 일이라도 이러한 금지조치가 순전히 외인주택구역내의 미화나 안전만을위해서 취해진 일이라면 좀 곤난한 얘기다.외국인의 우선성을 너무 알뜰하게 위해주는것같은 우리네의 마음씨가 비위에 거슬려 공연히 역효과를 낼 염려도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투자경영하는 공장에서 파업·쟁의등을 일우키는 노조에 대해서는 노조를 해산시키는등 강경책을 쓰겠다』는 노동청의 경고같은 것도 바로 그한 예다.
물론 외국인에게 특혜를 베풀어야겠다는 알뜰한 마음씨에서만 나온 정책은 아니다. 보다 많은 외국인투자를 끌어 들여야겠다는 깊은 배려에서 나온 방침이었으리라고 애써 이해도 하고싶다.
하지만 우리네 경제가 꼭 그렇게 해야만 할 딱한 사정에 부딪치고 있는 것일까. 근로자의 기본권리를 보장한다는 헌법아래서 그걸 무시하고서라도 엉뚱한 예외를 만들어 놓아야 할만큼 외국인의 투자경영이 더 중요한 것인지 도시 모를 얘기다.
『외국인이 투자·경영하는 공장』이 과연 얼마나되며, 거기서 일하고있는 근로자수가 얼마나되는지는 정확히 알수없으나 어쨌든 그리많은 수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많은수가 아니기때문에 그들의 권리를 무시할수 있다는 생각은 티끝만큼도 있어선 안될것이다. 노동청의 그와같은 방침은 언젠가는 다른 근로자들에게까지도 적용하게되는 위험성을 지니고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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