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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이름값 했다

중앙일보

입력

CNNSI.com의 월드컵 분석가 가브리엘 마르코티가 '91분' 칼럼을 통해 월드컵 대회 기간에 매일 매일의 경기 내용을 상세히 보도한다.

브라질이 잉글랜드에 맞서 2:1 득점을 기록하며 월드컵 축구대회 4강전에 진출했다.

이날 벌어진 또 다른 8강전 경기에서는 독일이 1930년 월드컵에 이어 다시 한번 4강전에 진출하겠다는 미국의 기대를 꺾으며 4강전에 진출했다.

어떤 사람들은 잉글랜드와 브라질의 경기를 8강전 보다는 결승전에 어울리는, '월드컵 최고의 명승부'가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재능있는 팀(브라질)의 스타 군단들이 '먼저 골을 넣고 수비에 치중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가 결국 불발에 그친 반대팀(잉글랜드)에 맞서 월등한 경기를 펼치는 모습을 보았을 뿐이다.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은 스웨덴 출신이지만 유럽의 세리아 A리그에서 15시즌을 지도했던 경험때문인지 다소 이탈리아식 축구를 구사하는 편이다. 전반 23분 이후, 잉글랜드는 브라질에 앞서 있었다. 루시우가 스루 패스를 놓치자 '원더 보이' 마이클 오웬이 이를 가로채 골키퍼 마르코스와 불과 몇 야드 떨어진 곳에서 식은 죽 먹듯 쉽사리 골을 넣었다.

이에 에릭손 감독은 어떻게 반응했는가?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성공을 거뒀던 골문 봉쇄 작전을 시도했다. 그러나 브라질은 아르헨티나에 비해 공격에 가담하는 수비수가 많아 골치꺼리가 됐고, 결국 이번에는 성공을 보지 못했다.

전반전 인저리 타임에서 잉글랜드의 후방 4명 가운데로 침투한 호나우디뉴가 히바우두에게 패스한 골이 골문을 뒤흔들었다. 브라질은 가볍게 골을 성공시킴으로써 언제라도 반격해 승리할 수도 있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반 종료 직전에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상황은 크게 반전됐다. 후반전 들어 잉글랜드는 서두르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브라질은 후반전 5분경 다시 득점을 올려 점수는 2:1이 됐다. 호나우디뉴가 골대에서 40야드 정도 떨어진 곳에서 오른발로 직선 프리킥을 차넣었던 것이다. 골키퍼 데이비드 시먼은 센터링을 예상하고 골문 앞으로 나와 있었으다. 그러나 호나우디뉴는 골문 가장자리에 직선으로 골을 차올렸고, 불행히도 잉글랜드 최고의 골키퍼는 그 골을 막아내지 못했다.

에릭손 감독은 속수무책인 것처럼 보였다. 잉글랜드에는 돌파구가 필요했는데 때마침 호나우니뉴가 대니 밀스에게 반칙을 해 퇴장을 당했다. 퇴장까지 시킨 것은 다소 심했다지만 (밀스가 공을 걷어차면서 접촉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호나우디뉴의 동료들이 서 있었고 그의 발은 공중에 떠 있었다. 이런 행동은 대단히 위험하고 어리석은 것이다.

후반 33분경, 브라질 보다 선수가 1명 더 많다는 이점을 안고 있는 잉글랜드가 동점골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그런 예상은 빗나갔다.

잉글랜드는 기회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잉글랜드는 골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심지어 골을 잡았을 때 조차 창조성과 공격적인 슛을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그 후 11분이 지나 오웬이 다리우스 바셀로 교체될 때까지 또 다른 공격수를 투입하지 않았다. 곧이어 테디 셰링엄을 투입했지만 그때는 이미 브라질이 완전히 통제권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였다. 잉글랜드는 가장 중요한 때의 실패를 거두고 말았다. 잉글랜드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방어에는 능숙하지만 공격에는 약하다는 점을 확실히 드러내보였다.

에릭손 감독은 이 점을 개선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받게 될 것이고, 게다가 잉글랜트에는 그가 기용할 수 있는 젊고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다. 그는 자신을 위해 다른 팀을 물리쳐왔다.

그러나 브라질은 기대했던 바대로 였다. 브라질은 '삼바축구'라는 상투적 이미지를 뛰어 넘어서 상당히 견고한 방어(루시오의 형편없는 실수는 제외)력으로 수비에 구멍이 뚫렸다는 항간의 말을 일축했다. 주니뉴 외에 또 한 명의 골잡이 클레베르손을 기용해 미드필드가 더 견고해졌고, 이것은 호나우디뉴와 카푸, 호베르투 카를로스 등의 공격에 힘을 실어줬다.

이 점에서 브라질은 이번 월드컵 최강자가 될 만한 자격이 있다.

미국이 독일에 1:0으로 지고 있을 때, 브루스 아레나 미국 감독은 스타팅 멤버인 조시 울프를 수비수 프랭키 헤지덕으로 교체하는 등 좀 더 조심스러운 대형을 사용했다. 독일은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던 디트마어 하만과 크리스티안 치이게가 복귀에 힘을 얻었고, 체력이 강한 카르스텐 얀커 대신 발빠른 올리버 노이빌레에게 전방을 맡겼다.

브라이언 맥브라이드가 단독으로 공격수를 맡고 랜던 도노반을 자유자재로 뛰도록 했는데 도노반의 스피드는 초반부터 문제가 됐다. (실제로 전반 2분 후, 그는 수차례의 오프사이드 콜에 의해 멈춰섰다). 그리고 올리버 칸은 세계 최강급 골키퍼 3명이 해냈던 것처럼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루디 푈러 감독에게는 미드필드와 공격적인 세트 플레이를 해낼 수 있는 수많은 선수들이 있다. 따라서 논리적인 용병술을 쓴다면 독일이 더 큰 이점을 지니고 있다. 몇몇 시도 끝에 결국, 전반전 39분경 마이클 발락의 헤딩슛에 의해 미국의 수비가 무너졌다. 이후 미로슬라브 클로제가 또 한번의 헤딩슛을 날렸지만 골대를 맞췄다. 만일 그 골이 성공됐더라면 경기는 그것으로 끝이었을 뻔 했다.

미국은 후반전 초반에 다시 한 번 바싹 추격해왔다. 칸이 그레그 버홀터의 슛을 간신히 막아냈으나, 골라인 오른쪽 골대 근처에 있던 토르스텐 프링스가 공을 팔로 쳐내는 실책을 저질렀다. 공은 골라인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지만, 한 심판은 페널티킥을 주려고 했다. 결국 선심은 페널티킥을 주지 않았다.

클린트 매시스와 코비 존스과 들어온 뒤 미국은 막판에 강한 정신력을 보이며 분전했으나, 독일은 빠른 스피드로 위협적인 역습을 반복했다. 한국에 맞서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이탈리아와는 달리 독일 선수들은 연장전까지 가지 않도록 잘 버텨냈다.

훌륭한 개인 기량(도노반, 클라우디오 레이나, 파블로 마스트로에니, 브래드 프리델 등이 떠오른다)을 선보였던 미국은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으며 월드컵 승부 무대에서 내려왔다. 특히 브루스 아레나 감독에게는 훌륭하고 현대적이며 빈틈없는 감독이란 칭찬이 쏟아졌다.

가능성이 무궁한 미국 축구의 미래는 밝다.

한편 독일은 아직까지 제 기량을 십분 발휘하지는 못했다. 개막전에서 사우디 아라비아를 무참히 격파한 것을 제외하고는 푈러 감독이 이끄는 독일 대표팀은 그저 효율적이고 장래성이 있다는 것 뿐이지, 그다지 강력하다는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독일팀은 분명 어느 팀에나 힘든 상대가 될 것이며 아직 어느 경기에서도 최고 기량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최고의 선수

올리버 칸(독일)

그는 몇 차례 중요한 골을 막아내며 독일의 승리를 지켰다. 경쟁자들이 향상되고 동안 독일이 계속 실망스러운 경기를 이어갈 때 그가 이 팀의 주장이라는 사실은 더욱 명료해진다.

최악의 선수

데이비드 시먼(잉글랜드)

오래도록 성공적인 실적을 쌓아왔다고 해서 엄청난 실수가 면제될 수는 없다. 호나우디뉴가 프리킥을 차올렸을 때 시먼의 허둥거림은 예민해진 탓도, 나이탓도, 불운 탓도 아니었다. 그것은 정신적인 실수였다. 최고의 수준에 도달한 20년 경력의 선수에게 그런 실수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시먼 그 자신보다 더 실망스러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최고의 골

히바우두(브라질)

재치있는 돌파와 멋진 마무리. 그는 그 모든 걸 너무 쉽게 해낸다. 터키와의 개막전에서 헐리웃 액션을 했다고 혹평을 받았지만 그는 이후 5개 경기에서 연속으로 득점을 올렸다. 한 골만 더 넣으면 최고 기록이 된다.

주목할 사항

스벤-고란 에릭손이 잉글랜드의 감독직을 맡게 됐을 때 잉글랜드에는 찬반 양론이 분분했다. 그의 지지자들은 그것이 국제적으로 존경받는 이 축구인이 잉글랜드의 새로운 스타들을 지도하면서 새롭고 한층 성숙한 축구 시대를 열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축구의 원조인 나라 잉글랜드를 외국인이 지도한다는 발상 자체에 강하게 분노했다.

에릭손 감독의 첫 월드컵은 성공과 실망이 뒤섞인 것이 됐다. 언론의 수선 덕도 있지만 아르헨티나를 누른 것은 잉글랜드 축구 역사에 영원히 남게 될 것이다. 8강에 올랐지만 우승후보 영순위로 꼽히는 상대(브라질)에게 질 것이라는 것은 어쩌면 이미 예상됐던 바였을 것이다. 그리고 영국이 세계 최고의 공격수들과 맞서 조직적이고 수준 높게 방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은 여러분들을 포함한 비판자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했다.

반면 잉글랜드 팀이 치고 나가는데 창조성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월드컵에서 기록한 6골 중 3골은 세트 플레이를 통해 나왔으며, 나머지 2골(오웬과 헤스키가 각각 브라질전과 덴마크전에서 득점)은 상대측 수비 실책의 결과다.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마지막 30분에는 전략과 창조성, 그리고 (잉글랜드팀의 특징이기도 한) 투혼 이 모든 것의 부재였다

다음 경기 전망

한국과 세네갈이 각각 스페인과 터키를 물리친다면 축구 역사를 새로 써야 할 것이다.

스페인은 최고 공격수 라울이 심각한 부상을 겪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호세 안토니우 카마초 감독은 그가 100% 완벽한 상태에서만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만일 라울이 회복하지 못한다면 커다란 이변이 생길 것이며 스페인은 또 다른 미드필더를 투입하고 후앙 카를로스 발레론이 더욱 공격에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그다지 큰 부상 걱정은 없으며 이탈리아에 승리한 후 여전히 사기가 높은 상태다.

사상 처음 8강전에 진출한 터키는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던 엠레 벨로졸루가 출장하게 됐다. 반면, 브루노 메추 세네갈 감독은 살리프 디아오와 칼릴루 파디가 등을 다시 기용할 수 있게 됐지만 공격수 앙리 카마라를 스타팅 멤버로 쓸 수 없다는 점을 안타까워 할 것으로 보인다.

각 팀의 필승 전략

한국

1. 유상철을 공격에 가담하게 하라. 이탈리아전에서 유상철은 놀라울 정도로 공격 비율이 높았으며, 거스 히딩크 감독이 공격수를 더 투입한 이후로는 주로 수비를 맡았다. 스페인과의 경기에서는 유상철이 초반부터 끝까지 공격의 핵심 멤버가 되어야 한다.

2. 응원단을 활용하라. 한국 관객들은 최근까지 한국팀에 기운을 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의 경기에서는 지대한 공헌을 했다. 한국 관객들은 스페인전에서도 이전처럼 열광적인 응원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선수들이 자신의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끌어 올리게끔 만들 것이다.

3. 경기 속도 빠르게 유지해라. 스페인은 느린 템포로 움직이는 것을 좋아한다. 반면 한국은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선수들은 지금까지 강력한 스테미너와 선수로서의 탁월한 역량을 보여줘왔다. 이들은 이 점을 자신의 장점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스페인:

1. 두려워 말라. 스페인은 1대 1 상황에서 기술적인 면에서 전적으로 우세하다. 스페인은 긴장을 풀고 아일랜드 전에서 고전했던 것을 잊고 그저 현재 게임에 집중하면 된다.

2. 격침을 노려라. 스페인이 경기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면, 이탈리아처럼 그저 역습이 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이 기세를 후반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 스페인은 이탈리아의 실수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타격을 받으면 바로 역공의 기회를 노려라. 그렇지 않으면 한국팀이 당신들을 겁에 질리게 할 수도 있다.

3. 페르난두 이에로: 한국 공격수들의 스피드라면 이에로를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며, 스페인 후방의 4명이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이에로는 스페인 수비의 핵이다. 따라서 그는 스페인 후방에 누구도 침투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세네갈

1. 근력에서 상대방을 압도하라. 메추 감독이 이끄는 세네갈 선수들은 키가 크고 힘이 센 등 상대팀에 비해 육체적인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들은 파울을 범하지 않으면서도 강력한 수비를 펼칠 수 있는 방법을 안다. 이점이야 말로 세네갈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2. 미드필드에서 뛰어나오는 선수를 조심해라. 일디라이 바슈튀르크와 엠레 벨로졸루는 혼란 상황 속에서도 아무곳에서나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경향이 있다. 후방 수비수 4명은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

3. 알리우 시세에게 달려있다. 세네갈 팀에서 과소평가되고 있는 스타다. 그는 실질적 리더로 팀의 동력이 되고 있으며 세네갈의 템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터키

1. 질질 끌지 말라. 엘 하지 디우프는 역습에 강하다. 그는 절대로 수비수가 뛰어들 틈을 주지 않을 것이다.

2. 하산 샤슈를 찾아라. 전방에 있는 하칸 슈퀴르는 항상 바빠야 한다. 이 말은 즉, 하산 샤슈가 슈퀴르가 측면에서 뛰어들어 돌진할 수 있도록 골 배급을 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렇게 하면 세네갈 수비수들은 어려움에 빠질 것이다.

3. 규정을 지켜라. 이전까지 터키는 주심에게 좋은 평판을 받지 못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계속 잘 해보고 싶다면 절대로 세네갈 선수들의 발을 밟거나 해서는 안된다.

주목할 선수

호세 안토니우 카마라(스페인 감독)

아일랜드전에서 했던 선수 기용 방법을 두고 혹평을 받는 등 이 스페인 감독은 대단히 압력을 많이 받고 있다. 만일 한국전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그가 50년 만에 처음으로 스페인을 8강에 올려놓은 감독이라는 점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게 될 것이다.

Gabriele Marcotti (CNNSI) / 이정애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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