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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패션이 된 아웃도어 … 애들 옷도 달라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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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탐험가’처럼 보이는 어린이용 아웃도어 의류.

6조 4000억원. 몇 달 전 삼성경제연구소가 전망한 올해 국내 아웃도어 의류 시장 규모다. 지난해 5조8000억원보다 10% 정도 올려 잡은 수치다.
전반적인 패션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아웃도어 의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엔 가족 단위 캠핑 열풍에다 TV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 등의 인기에 힘입어 아동 전용 아웃도어 브랜드도 등장했다. 아웃도어 업계에 따르면 국내 캠핑 시장은 2010년 1800억원에서 지난해 35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올해는 시장규모가 4000억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캠핑 인구는 지난해 기준 120만 명을 넘어섰고, 전국 캠프장 수도 450여 곳으로 늘었다. ‘유·아동 아웃도어 의류’ 현황을 살펴봤다.

자연체험 늘어나며 시장 커져

직장인 김경호(40)씨는 지난주 캠핑을 다녀왔다. 아내와 여섯 살 아들, 네 살 딸을 데리고 경기도 가평을 찾았다. 캠핑장을 수소문하고 차량을 빌렸다. 각종 캠핑 용품도 대여했다. 김씨는 아이들의 입을 거리, 먹거리를 도맡아 준비했다. 김씨가 이번 캠핑에서 가장 신경을 쓴 건 아이들 옷차림이었다. “TV 프로그램을 보니 아빠랑 아이들이랑 비슷하게 아웃도어 의류로 멋을 냈더라고요. 예뻐 보여서 우리 가족도 그렇게 하려고 했죠.” 김씨가 일상복이 아닌 아웃도어 의류를 택한 이유는 뭘까. “원래 입던 것도 괜찮죠. 하지만 기왕이면 특별한 나들이 분위기를 내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어요. 아이들도 좋아하고요. 매장에 아이들 옷이 확 늘었더라고요.”

김씨의 경험처럼 최근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 생긴 새 흐름은 아동용 의류의 본격 출시다.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아동용 상품을 출시하는가 하면 최근엔 ‘섀르반’ 같은 ‘아동 전용 아웃도어 브랜드’도 등장했다. 이 브랜드를 내는 ‘제로투세븐’의 김정민 대표는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나오는 아동 라인 외에 ‘아동 전용 아웃도어 브랜드로는 국내 최초”라고 말한다. 제로투세븐은 매일유업의 자회사다. 매일유업은 이미 ‘알로앤루’라는 유명 유아복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요즘은 가족 단위 아웃도어 활동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아이들의 창의성과 사회성 발달을 위해 자연 체험 활동 등을 중시하는 분위기”라며 “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아동 전용 아웃도어 제품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4월 올가을·겨울용 새 상품을 발표했는데 가맹점 문의가 이어지는 등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섀르반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을 테마로 잡았다. 4~12세용 의류와 신발, 액세서리 등의 제품을 갖췄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스칸디 대디’를 위한 아웃도어 스타일인 셈이다. 스칸디 대디는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같이 체험하며 그들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자상한 아빠를 일컫는다. 스웨덴·노르웨이 등 북유럽에선 여름을 제외하고 대체로 해가 일찍 지기 때문에 퇴근 시간이 이르다. 그러니 오후 5시쯤이면 온 가족이 모여 같이 식사를 하고 TV를 시청하거나 책을 읽는 게 일상이다. 주말엔 아이들과 야외에 나가거나 함께 시간을 보낸다. 지난 3월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엄격한 자녀 훈육법으로 아이를 들들 볶는 타이거 맘의 시대는 갔고 이제는 스칸디 대디가 전 세계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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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자극 없앤 유기농 면 제품도 나와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도 이런 트렌드에 일찌감치 올라탔다. 금강제화가 수입해 판매하는 북유럽 노르웨이 아웃도어 브랜드 ‘헬리한센’도 올봄·여름 상품부터 ‘키즈 라인’을 처음 선보였다. 또 블랙야크도 ‘야크미니’ 상품군을 확대했다. 온 가족 아웃도어 연출이 가능하도록 의류에서 용품 전체로 제품을 확대했다. 2011년 가을·겨울에 처음 아동용 아웃도어 시장에 진출한 블랙야크의 경우 지난해 이 분야 매출이 1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네파도 2011년 첫선을 보인 아동 아웃도어 상품군에 재킷·티셔츠·바지 등 상품 구성을 추가하는 중이다. 밀레는 이번 가을·겨울 시즌에 아동 전용 브랜드를 신설하고 7~11세 어린이층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밖에 노스페이스·코오롱·아이더 등도 어린이 전용 아웃도어 의류를 선보이고 있다.

올 8월 중국 시장에도 상품을 내놓는 ‘섀르반’은 아동 전용인 만큼 브랜드 내에서도 제품군을 세분화했다. ‘플레이 월드(PLAY WORLD)’ ‘스토리 월드(STORY WORLD)’ ‘에코 라인(ECO LINE)’ 등 세 가지다. 플레이 월드는 기능성을 강화한 라인이다. 아이들이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자연에서 놀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성의 시즌별 기후 대응 아이템으로 구성돼 있다. 기능성 외에 아이들의 착장 형태를 고려한 겹쳐 입기 설명을 제품 태그에 부착한 것이 특징이다. 숫자 1은 안쪽 상의, 2는 외투 안에 입는 상의, 3은 외투 같은 구분법이다. ‘스토리 월드’는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을 강조해 아이들의 감성 자극을 꾀했다는 게 이 회사 김정민 대표의 설명이다. 풍요로운 자연이 그대로 반영된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일러스트와 색감을 구현했다는 거다. 편의복 형태의 에코 라인은 친환경 유기농 면 소재 제품이어서 민감한 아이들 피부에 자극이 없어 안심하고 입힐 수 있다.

임영주(신구대 유아교육과 겸임교수) 박사는 “뇌 발달이 한창인 유아기 때부터 스마트 기기에 노출된 아이들의 집중력 및 사회성 결여가 이슈화되고 있다”며 “야외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오감(五感)을 자극하고 정서·지능 발달을 유도해야 한다는 공감대 또한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아동 전용 아웃도어 제품의 확산 배경에는 우리 사회의 이 같은 유·아동 교육 담론도 한몫하고 있다는 얘기다.

글=강승민 기자
사진=섀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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