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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향 脫보수화 뚜렷… 진보 > 보수로 역전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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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나라 국민의 이념성향은 대선이 치러진 지난해 1년 동안 탈(脫)보수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이 스스로 생각하는 이념성향(가장 진보:0, 중도:5, 가장 보수:10) 평균은 2002년 1월 중앙일보가 '의원노선 대해부' 기획취재 때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5.2였다가 대선 이후인 1월 4일부터 13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4.97을 기록했다.

중도보수에서 중도진보 쪽으로 이동한 셈이다. 이번 조사는 중앙일보와 EAI(동아시아연구원.원장 金炳局 고려대 교수)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의뢰, 전국의 성인남녀 1천2백명을 대상으로 75개 항목에 걸쳐 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중앙일보는 이 가운데 20개 항목에 대해서는 전통적 여론주도층 3백99명을 상대로 별도의 e-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일반국민 조사의 최대 허용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8%포인트다.

2002년 1월 조사에서는 진보(1~4 선택) 21.4%, 중도(5 선택) 49.5%, 보수(6~10 선택) 28.5%로 보수의 비율이 진보를 7.1%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진보 34%, 중도 34.8%, 보수 31.3%로 진보가 2.7%포인트 앞서며 비율이 역전됐다.

탈보수화 경향은 5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나타났고, 특히 40대는 5.4에서 4.88로 변화가 가장 두드러졌다. 여론 주도층에서는 진보의 비율(42.1%)이 보수(22.3%)의 2배 가까이 됐다.

이 같은 현상은 대선 과정에서 언론보도와 TV토론 등을 통해 국민이 각종 쟁점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가졌고, 민주노동당과 사회당 후보들의 주장을 접할 수 있었으며, 대선 전후의 북핵 및 반미 논란 등에 영향을 받은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8월 10일 조사에서 국민이 평가한 이념성향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 4.2,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 6.4였고 국민 스스로 생각한 이념의 평균은 5.3이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노무현 3.83, 이회창 6.27로 나타났다.

국민과 두 사람의 이념적 거리가 똑같이 각각 1.1이었다가 이번에는 국민(4.97)과 노무현 후보와의 거리(1.14)가 이회창 후보와의 거리(1.30)보다 더 가까워진 것으로 조사됐다.

숭실대 강원택(康元澤.정치학)교수는 "盧당선자의 대선승리를 설명하는 한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진보적 성향의 盧당선자가 추진하는 각종 개혁정책에 대한 국민의 이념적 거부감이 줄고, 호응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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