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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기부로 전통체험 명소 된 '신채호 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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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충북 청원군 귀래리에 위치한 고드미마을. 리신호 교수가 전통문화체험관에서 한국농어촌공사 직원과 시·군 공무원들에게 농산어촌개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29일 오후 충북 청원군 낭성면 귀래리 고드미마을. 단재 신채호 사당 오른쪽의 마을 길을 따라 300m가량 올라가면 5채의 한옥이 보이고 여기서 200m를 더 가면 산 기슭 아래 전통문화체험장이 나타난다. 이날 체험장에서는 충북 지역 자치단체 공무원과 농어촌공사 직원 등 30여 명이 현장 교육을 받았다. 충북대 농산어촌개발 전문가 과정을 수강 중인 이들은 녹색농촌체험마을인 이곳에서 마을의 현황을 둘러보고 어떻게 발전시킬지를 연구했다.

이들의 교육을 맡고 있는 충북대 리신호(지역건설공학과) 교수는 “농산어촌의 개발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현장이 어떤 변화로 발전시켜야 하는지를 가르치고 있다”며 “주민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의지와 요구사항을 듣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날 하루 고드미마을에 머물면서 1인당 1만5000원가량의 비용을 지불했다. 강의실인 체험장 임대비용과 점심식사까지 포함된 금액이다. 비용은 모두 마을의 수익이 된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유년 시절을 보낸 곳으로 유명한 고드미마을. 1936년 중국 뤼순(旅順) 감옥에서 순국한 신채호 선생의 유해가 안장된 곳이기도 하다. 마을에는 40가구 190여 명이 살고 있다. 마을은 입구를 제외하고 사방이 삼태기처럼 산으로 둘러싸여 평지와 논밭이 많지 않은 전형적인 산촌이다. 이런 여건 때문에 주민들은 나무를 해다 청주에 팔아 생계를 이었다고 한다.

박정규 대표

고드미마을은 1984년 도종환(현 국회의원) 시인이 『고두미마을에서』라는 시집을 내면서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이 마을이 농촌체험마을로 변하게 된 것은 1997년 리신호 교수와 마을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박정규(68) 전 청주대 교수가 마을에 정착하면서다. 리 교수는 가족은 물론 지인들과 한옥을 짓고 마을 주민이 됐다. 농산어촌개발 전문가인 그는 농사 말고는 뚜렷한 수입원이 없는 마을주민들을 위해 친환경농업을 제안했다. 농약을 쓰지 않는 무공해농법과 오리농법 등을 전수했다. 체험마을을 만들기 위해 직접 흙과 돌·나무로 한옥을 짓기도 했다. 리 교수의 지도를 받고 있는 대학·대학원생들은 마을의 발전계획을 세워 발표하고 직접 접목시키기도 했다.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주민들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다.

국내 대표적 단재 연구가인 박 대표는 지난해 이곳에 세운 천자문 서당의 대표훈장도 맡고 있다. 박 대표와 함께 충북 지역 대학 6명의 교수가 서당에서 천자문과 사서삼경, 통감절요, 고문진보 등과 전통예절을 가르친다. 박 대표는 “이곳에서는 녹색농촌체험과 함께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예절과 전통도 가르친다”고 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고드미마을은 2003년에는 정부로부터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농촌체험마을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민박과 교육을 할 수 있는 전통문화체험관을 만들었고 야생화꽃밭과 생태연못도 조성했다.

체험관은 황토와 나무·돌만으로 지어진 게 특징이다. 전통 방식의 구들에다 한지를 바르고 나무로 선반을 만들었다. 가족 단위, 대학·기업 연수도 가능하고 한 번에 2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매년 5000여 명의 체험객이 마을을 찾는다. 주민들은 체험객이 오면 밥을 해주고 음식 만들기 체험도 돕는다. 마을의 상징과도 같은 신채호 선생을 모신 사당 역시 체험 과정에 포함됐다. 지난해는 마을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다.

 박정규 대표는 “고드미마을은 역사와 전통, 체험이 어우러진 마을로 배울 것이 많은 곳”이라며 “ 휴양마을로 지정받으면 더 많은 체험객이 마을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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