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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조공·해공·한기·KAL이 팔리기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정부관리기업체였던 조선공사, 해운공사 및 한국기계의 운영주도권이 집행부 개편을 통해 민간에 넘어감으로써 체제상 민영화 절차를 끝내었고 뒤이어 대한항공공사도 민영화하여 한진상사에 넘겨줄 것이 관계당국에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공·해공 및 한국기계는 정부보유주식을 시은에 현물출자, 대주주로 등장한 시은이 인수 대상자에게 경영권을 넘겨준 『선인수후불하』방식에 의해 민영화되는 것이며 대한항공은 대한통운 대한철광 및 인천중공업의 경우처럼 표면상 증시공매방식에 의해 사전에 내정된 특정인에게 넘어가게 될 공산이 짙다. 절차와 방법이 다를 뿐 사전에 설정된 노선에 따라 민영화계획이 진행되면서 이미 인수대상자까지도 공공연하게 밝혀졌고 주식인수의 마지막 법적 절차만을 남겨둔 4개업체의 실태와 민영화에 얽힌 이야기들을 간추려본다. 조공과 해공은 이미 지난6일과 11일의 임시주주총회에서 임원진을 개편, 조공이 극동해운의 남궁연씨, 해공은 한양재단계 주요한씨가 각각 사장에 취임하는 한편 정부의 감독권을 배제하기 위한 정관도 개정했다.
대한항공공사 (KAL) 가 한진상사에 넘어간다.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관계관회의는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고있는 KAL을 한진에 넘겨주기로 하고 인수가격은 8억원 (불입 자본금의 51%에 해당)으로 내정했다. KAL은 공칭자본금 35억원, 불입자본금 15억원으로 국내선52편과 서울∼동경, 서울∼대판, 부산∼복강등 3개 국제선에 취항하고 있다.

<62년 정부서 인수>
KAL은 62년6윌19일 민간항공회사였던 대한국민항공 (KNA) 을 인수한 이래 66년까지 간신히 적자선을 면해왔으나 불합리한 경영·인사행정의 「미스」등으로 작년엔 3억7천5백만원, 금년에도 9월말현재 약1억원의 적자를 보고있다.
48년10월 민간에 의해 창설된 KNA를 국가가 인수할 때는 항공사업의 중대성에 비추어 민간인에게 맡길 수 없다는 뜻이었는데 다시 민간업체인 한진에 넘어간다는 역순환 상태를 보이고 있다.
66년4월 KAL은 미국「플라잉· 타이거즈」항공사로부터 시간당 5백70「달러」(약16만원) 라는 비싼 가격으로 빌려와 서울∼대만∼향항 노선에 취항했던 「코니」4발 여객기는 사전조사가 돼있지 않은 성급한 항로개척으로 연간 1억원이상의 적자운항을 한 뒤 기체는 반납하고 항로는 두절되는등 계속 무모한 경영을 해왔다.
67년11월 신유협 사장이 면직된 뒤 장성환「팀」이 들어서 기구를 대폭 축소, 1백여명의 직원을 감원했으나 올 들어 60여명의 신규직원을 채용하는등 인사행정의 난맥상도 적자운영의 원인이 되고 있다. KAL의 전동경지사장이었던 이기갑씨는 현재까지의 경영진이 항공 사업을 잘 몰라 상술에 어두울 뿐 아니라 직원들의 승진과 승급이 제대로 안되고 장래에 대한 희망을 안겨주지 못해 애사심을 갖게 하는데 실패한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비는 외국의존>
김완수 교통부항공국장은 동남아등 새로운 노선을 개척하지 않는 한 KAL은 내년부터 충분히 혹자를 낼 수 있는 업체라고 말하면서 한진이 현재의 노선에 그대로 취항하는 경우 국가가 이를 매각한 의의는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의 서울∼동경노선은「마일」 당 요금이 다른 국제노선보다 10%이상 비싼 황금노선이며 독점권을 가진 국내선도 적자요인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한진상사가 KAL을 인수하게되면 DC9기의 3, 4차 상환금 등 부채5억원을 짊어지게 되지만 내년도 예산에 계상된 5억원의 정부 투자금도 고스란히 받게된다.

<기재·직원도 함께>
교통부당국자는 현재의 KAL직원과 기재등은 그대로 한진에 인수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KAL직원들은 민간에게 넘어가는 이상 자리보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한진측은 조중훈 사장이 해외여행 중이므로 공식적인 견해나 새기종도입, 새노선 개설등 앞으로의 운영방침을 밝힐 수 없다면서 「에어·코리아」를 갖고 있으므로 KAL운영을 맡게 될 수는 있으나 현재상태의 KAL을 그대로 인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적자 없어질 수도>
항공관계전문가들은 한진이 현재의 KAL의 취항노선을 그대로 운항한다면 적자는 면하겠지만 2O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항공사업을 침체한 채로 내버려두는 결과가 될것이라고 말하고 2, 3년간의 적자운영을 각오하고라도 충분한 사전검토와 철저한 계획을 세워 새기종의 도입, 새항로의 개척등에 발벗고 나서야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만이 KAL인수의 의의를 찾게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KNA나 KAL의 전철을 밟지않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있다.

<이돈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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