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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있는 아침]-'어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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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종삼(1921~84) '어부' 전문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바닷가를 산책하는 사람은 게를 닮는다. 바다를 향해 앞으로 걸어나가다가 어느 때부터인가 옆으로 걷게 되는 곳, 바닷가에서는 부드러운 모래들이 좀 천천히 부드럽게 걸으라고 속삭이고, 무슨 의미심장한 한 획처럼 수평선이 있지만 바라볼수록 바다는 막막하다. 인간은 지느러미가 없다. 그래서 인간은 지느러미 대신 '노'를 발명했다. 노를 저을 때 우리는 어류가 된다. 어부는 어류의 기쁨을 아는 사람이다. 바다의 표면에서 표면으로 미끄러지며 노를 젓는 불안한 어류?

최승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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