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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운명, SW가 좌우하는 시대 … 한국 인재들 이 분야 뛰어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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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SAP의 최고경영자(CEO) 짐 하게만 스나베 회장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4를 들어 보이며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SAP코리아]

“젊은이들이여, 취업 걱정 말고 소프트웨어(SW) 분야에 뛰어들어라.” 세계 1위 비즈니스 SW업체인 SAP의 최고경영자(CEO) 짐 하게만 스나베(48) 회장이 한국 젊은이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던졌다. 비즈니스 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스나베 회장은 10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관심을 갖고 있는 창조경제도 결국 SW를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달렸다”며 “하드웨어 강국인 한국이 SW에서 경제성장의 동력을 찾는다면 큰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9일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만나 창조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덴마크 사람인 스나베 회장은 덴마크 오르후스 경영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뒤 1990년 SAP에 입사했다. 94년 IBM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2년 뒤 SAP 스웨덴 사장으로 복귀했다. 이후 SAP 히트 상품 중 하나인 전사적자원관리 프로그램 ‘ERP’ 개발을 지휘한 공으로 2006년 경영책임자(Corporate Officer)에 선임됐다. 올해 미국의 취업 정보 사이트 ‘글래스도어’가 직원들의 지지를 기준으로 뽑은 ‘최고경영자(CEO) 50인’에 2위로 뽑히기도 했다.

유럽도 SW 인력 부족 … 10만 명 양성 계획

 -방한한 목적은.

 “한국에만 1300개 사 고객이 있다. 삼성전자 등 사업 파트너들과 만나 비즈니스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최문기 장관과는 우수 SW 인력 양성을 위한 협력 방안, 이들 인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 등을 논의했다.”

 -미래 산업에서 SW가 왜 중요한가.

 “개별 제품의 성패를 넘어 아예 기업의 운명까지 SW가 좌우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제품 차별화의 성공 여부가 SW와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만 해도 들어가는 SW 기술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구글이 만든 무인 자동차는 결국 SW로 가는 자동차인 셈이다.”

 -국내엔 SW 인력이 매년 30% 부족하다.

 “한국뿐 아니라 유럽도 마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SAP에서는 실업자 10만 명을 SW 전문가로 양성하는 ‘아카데미 큐브’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SW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젊은 인재들이 취업 걱정 하지 말고 SW 분야에 뛰어들어야 한다. 본인은 물론 국가의 경쟁력까지 끌어올리는 길이다. 정부는 이들이 안심하고 연구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한국에서는 지금 창의성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자는 뜻에서 ‘창조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세계에서 가장 거부감이 적은 사람들이다. 뉴테크놀로지의 효과와 가치를 보는 데 이상적인 시장이다. SAP도 한국 시장을 거친 다음에 아시아나 다른 나라로 판매를 시도한다. 한국적 특수성에 잘 맞도록 혁신의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연구·개발 환경 만들어줘야

 -‘삼성전자 제품을 판매 금지시켜선 안 된다는 의견서’를 미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정보기술(IT) 산업의 성공 요인은 혁신성과 확장성이다. 삼성전자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기업이다. 과거 IT 산업은 미국에 본사를 둔 회사들이 주도했으나 삼성처럼 혁신적이면서 확장 능력까지 갖춘 기업들이 거세게 도전하면서 판도가 변하고 있다. 디자인이나 SW의 작은 부분 때문에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IT 산업 전체의 활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삼성전자와 SAP는 공통된 비전을 갖고 있다. 우리는 삼성 칩을 써서 모바일 솔루션을 만든다. 삼성은 이런 솔루션을 글로벌 시장에 확장시켜 준다.”

 -글로벌 IT경기를 어떻게 전망하나.

 “테크놀로지가 점점 더 중요해지지만 정부나 기업들이 신기술·신제품 적용을 위한 예산은 잘 늘리려 하지 않는다. 다만 테크놀로지 영역에서 SW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

SAP 최고 혁신 제품, 한국서 만들어

 -한국 투자 계획은.

 “SAP 한국 연구소에 150명의 개발자가 근무하고 있다. SAP의 40년 소프트웨어 혁신 가운데 가장 뛰어난 제품 중 하나가 ‘HANA’라는 프로그램이다. 디스크에 데이터를 저장하던 것을 디스크가 아닌 메모리에 곧장 저장할 수 있게 만들어 데이터 저장과 불러오는 속도를 1만 배 빠르게 한 제품이다. 이 제품을 SAP 한국 연구소가 만들어냈다. 한국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늘릴 계획이다.”

박태희 기자

SAP  독일에 본사를 둔 비즈니스 SW 전문 기업. 1972년 직원 5명으로 출발, 현재 120여 개국 6만50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3조원. 독일 주식시장에서 BMW·지멘스와 시가총액 1위를 다투는 기업이다. 영국 시장조사 전문업체 밀워드브라운이 지난달 발표한 2013 글로벌 브랜드 순위에 따르면 19위에 올라 도요타(23위)와 삼성전자(30위)를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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