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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발보상소송에 관한 새 판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민사지법 제13부는 30일 징발보상금 청구소송판결에서 징발보상청구소송은 민사소송의 대상이라는 종래의 대법원의 판결을 배척하고 징발보상금청구는 국가의 공권력의 행사인 강제력을 띤 징발에 대한 보상청구이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 하였다. 이 판결은 지금까지 18연간 내려온 대법원의 판결과 각급 법원의 판결 예를 배척하고 그 이유세시에 있어서 외국의 판례와 법 이론을 논문형식으로 추구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의의를 발견할 수 있다.
재판부는「국가가 개인의 토지를 징발하는 것은 민법상 임대차계약의 체결과 같이 대등한 법률관계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일방적 명령에 의해 그 배후에 있는 강제력을 행사하는 공권력의 주체로써 한 행위이므로 이는 사법관계가 아니고 공법관계이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민사지법은 이를 재판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소를 각하하였다.
징발행위가 국가의 공권력의 행사이기 때문에 피징발물의 소유권자는 헌법 제20조3항에 의해 국가에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기는 하나 지금까지 대법원과 전국 각 법원이 징발보상사건을 민사법원에 소구할 수 있는 청구권이 발생한다고 인정하여 법원조직법에 규정한 민사사건의 개념을 확장하여 처리해온 것은 명백한 공법단체를 사법행위로 오인판결 한 것이라고 한 점에서 우선 우리들은 이 재판부의 용기를 칭찬하고자 한다.
특히 이제까지의 판결문이 판결이유 중에서 외국의 판례나 이론은커녕, 대법원이나 상급 법원의 판결조차 언급하지 않았던 구폐를 타파하고 새로운 판결문의 체제를 시도한 공헌을 높이 사고자 한다. 외국의 판례들이 백여면에 달하는 이유를 세시하고 있는데 대하여 우리판결문이 너무나 간단하여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대하여 이 판결이 외국의 판례나 이론을 소개했다는 것은 앞으로의 판결문의 하나의 모범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징발보상청구나 국가배상청구가 공법행위에 기한 손실보상손해배상이기 때문에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법 이론은 이론상 타당성이 인정되나, 우리나라에서 이를 행정소송으로 취급하여야 할지는 의문이라 할 것이다. 행정소송의 대상으로 하는 경우 행정소송법 제1조의규정으로 보아 행정소송의 대상은 행정청의 위법에 대한 항고소송과 공법상의 권리관계에 관한 소송절차를 규정하고는 있으나 손실보상청구권이나 국가배상청구권의 행사가 공법상의 권리라고만 볼 이유는 없다.
뿐만 아니라 공법상의 권리라고 하면 이를 보장할 수 있는 당사자소송제도가 확립되어 있지 않다. 또 행정소송으로 취급하는 경우 소원전치주의에 따라 소원을 경유하여야 하는데 이렇게 되는 경우 국민의 신속한 손실보상은 어렵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재판부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하는 것은 국가의 우월적인 지위를 인정한 것이라고 보나 징발이나 공용수용이 국민의 재산권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국민의 희생보상청구권의 행사는 민사재판에 의하는 것이 보다 신속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국가배상이나 징발보상에 있어서 국가가 우월적인 지위에서 배상심의전치주의를 채택하고 징발보상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하여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은 대법원의 판결취지로 보아 불법 부당한 것이라고 하겠다.
헌법 제20조에 따른 징발보상청구권이나 헌법 제26조의 국가배상청구권이 민사소송에 의하여 더 잘 보장될 것인가를 대법원은 신중히 검토하여 판시하여야 할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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