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피상진단이 내린 성급한 처방 서울대「10년계획」|<전서울대총장>유기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서울대학교는 지난18일 학·처장회의에서현행 교양과정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도록 의견을모아 문교부에건의했다. 대학생을 교양있는 지식인으로 길러내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교양교육을위해 교양과정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식으로 직선적인 처방을하는것이 꼭 옳으냐는데는 반론의 여지가 있는것갈다. 교양과점이 2년이됨으로써 전공과정이 상대적으로 약화될수도 있고 또 그보다는 근본적으로 고교과정에서 교양교육을 강화시키라는 요구도 없지않다. 전 서울대총장이며 지금은 사법대학원과 법대에서 형법학을 강의하는 유기천교수를 찾아 교양교육을 비롯한 서울대의 여러 문젯점에 관한 얘기를 들어본다.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제도를 뜯어고친다는것은 생각해야할 점입니다.』
전총장이라는 입장때문인지 유교수는 교양교육연장에 관한 반대의사를 몹시 완곡하게 말한다.

<큰「캠퍼스」도 못써>
『대학에서 교양을 갖추도록 애쓴다는것은 너무나당연한 일이죠. 대학을 나오고도 교양을 지니지 못한다면 도대체 어떻게해서그문제를해결할것인가, 골수에 병든사람이 고열로앓는다고 근본을 진단하지않고 겉에 나타난 증세만 보고 오직해열제만을 복용시킨다면 그 병이 나을리 없어요.
또하나 지적하고 싶은것은 이번 교양과정 연장이 일본의 모방같은데 일본은 적어도 문화면에서만은 3류정도인데 그들이 서양의 제도를 피상적으로 모방한 것을 우리가 또 모방해야된다는것은 제고할 문제입니다.
현재 우리의 대학제도는 아시다시피 미국대학제도를 피상적으로 모방해 놓은데 맹점이 있는 것인데 이제 다시 수박겉핥기식으로 2년만 교양한다는것은 문리대의경우이외에는 무의미합니다.』그리고국민학교·중고등학교의12년교육이거의쓸떼없는것을주력해서가르치는탓으로 예를들면법과공부하겠다는학생이 현대논리학도 모르고 법공부가될줄 알고있는데 문제의소재를 찾아내는 능력을 함양하지도 못한채 형식적인 자격만 가지고 사회에 쏟아져 나오는것이실태라도 교육계심층에깔린근본문제를들춰낸다.
유교수는 66년에 세계32개 대학과 연구소를 다녀온 적이있다.
『그때 내가 뼈저리게 느낀것이 있어요. 우수한 사람을 하나 길러내는 것이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 재산인지 모른다는거죠. 예컨대 우리 물리학자 한분이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면 우리의 물리학계는 바로 세계수준이 되는거죠.』
독일의 대학들이 서울대보다작은 「캠퍼스」를 갖고도 별지장없이 운영되어가는 반면 미국의 대학 「캠퍼스」는 구내 「버스」가다닐정도로 비대해졌다.
『미국대학들은 「캠퍼스」가 너무 커져서 문제가 생기는것같아요. 서울대도 너무 큰「캠퍼스」를고집할것은아닌것같습니다. 같은계통끼리 몇몇단과대학이 모여있는현재의위치를 잘살려나가는것이 더효율적일것같습니다.

<졸속시행 피해야>
특히문과계통은건물보다는 교수와책이더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미 계획이 실천단계에 들어간 모양이니까 이야기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말을 회피한다. 「프랑스」의 「소르본」대학과 일본의동경대가 최근 정부에서내주는 교외의널찍한 「캠퍼스로」옮길것을거부한것이 참고가되지않겠느냐고말한다. 나날이학문의내용이격변하는 이공계통의단과대학이 공대중심으로 확장되어 가고 농대는농대대로수원에서 발전해가는것은 물론좋지만 문과계통의 학교들은 동숭동의현 「캠퍼스」에서뻗어나는것이 좋지않겠느냐는것이지만 그이상의말은 위의이유때문인지 회피하므로 상세한 내용은 알길이없다.
그러나 요는 서울대학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않는 면의 재건이 더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한것으로느껴진다. 경쟁없는사회가 있을수없는것처럼시험도 영원한것이며 따라서 엄격한 시험만이 많은 문제를 해결하리라는것.
과거에있어서는 시험방법이 졸렬하였기때문에 많은 문제가 있어났던것이며 이런 의미에서 금년12월에실시되는 예비고사제도도 일리는 있지만 이는 동시에 사립대학정비와도 관련되므로 또다른 문제를 낳게될 것으로 내다본다.

<대학의 독립성을>
『요즈음은 대학의 권위가 너무 없는것 같습니다. 따라서 가장 시급하다고느껴지는것은 교육자라면, 더구나 대학의 교수라면 깊은 판단력에 입각한 신념을 갖고 이사회의 목탁의 역할을 해야 하겠는데 여기에 문제가 있는듯 합니다.』그래서 그가 서울대의획기적인발전을위해 내린 처방은 대학의 자유를위한 학원의 독립성, 바꿔말해서 정치로부터의 간섭없는 독립을 엄지로꼽고 다음이교수진의 강화및대우개선이다.
3만여원의 대학교수의봉급이 바로 우리나라대학발전의 한계선이기도하다는것.
교양과정의 2년연장이나 서울대를 종합화하는 10개년계획이나 법대·약대의6연안이나 유교수는 피상적인 진단에서 나온 성급한 처방임을 확신하는 눈치이다. 그렇다고 그가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내세우거나 그러한 처방이나오게끔 한 문젯점들을 외면하려는것은 아닌것같다.
해방 22년동안 곪아온교육제도가 근본에서부터혁신되든지 그럴수없으면 현재 있는 그대로에서 최선의길을 모색하라는 사회과학도로서의 입장을 뚜렷이 밝히는것은 그의 신념에 의할것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